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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잡 잡

- 가을이고 갑자기 여현수가 요즘 TV에 나온다는 걸 깨달았고 이은주도 다시 보고 싶고 해서 <번지점프를 하다>를 다시 보았다. 두 가지 정도에서 놀랐다. 먼저 내 기억보다 이은주 분량이 훨씬 적은 영화였고, 다음으로 내가 이 영화의 시퀀스 진행이나 일부 대사까지도 외우고 있었다는 점에서. 여하튼 다시 보더라도 여전히 뭔가 알싸하게 만드는 영화.

- 어떤 극단적인 상황을 상상하는 상태보다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극도의 무력감이 때로는 더 위험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도무지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잠만 쏟아진다. 일단 사무적인 상황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지는 게 사실인데, 만일 내가 언제든지 관둘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면 미련없이 때려치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왕창 쌓아둔 감정들이 고이 머문 채로 거침없이 썩어가서, 이젠 그 누구에게도 꺼내보이기 싫은 탓에 입만 열면 헛소리만 튀어나오고 있다. 괜찮게 잘 사는 거냐는 질문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다, 라고 대답하고 싶어서 거침없이 그러하다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 오산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이 후배를 만나서 내 얘기를 했던 모양이다. 헌데 뭔가 나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아니라서 적잖이 당황했다; 나는 나에 대해 이런 식으로 증언할만한 사람을 두 명 정도 더 알고 있다. 둘 다 자기 의견이 뚜렷하고 때가 되면 다혈질적이며 필요할 만큼 냉소적이고 충분할 만큼 열정적이다. 아마도 선거에 나오거나 멋진 글을 쓰거나 많은 이들을 이끌 때가 되면 훌륭한 평가를 받을만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난 두 사람 다 가까이 두기가 싫다.

- 가을은 깊어가고 날은 추워지고 한 번 멀어진 사람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톱에 물든 봉숭아 붉은 빛이 바래버리기 전에 첫눈이 오길 기원한다. 뭐 낭만적인 기원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이 유부남이라서 첫사랑이 이뤄진다면 좀 재밌을 것 같길래 (...;) 이건 일종의 저주가 되어버리나.

- 사람 좋아하는 것도 이젠 좀 지겹다. 이 빌어먹을 호르몬 이상상태가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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