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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징징

"심심한데 오늘 저녁에 얼굴이나 좀 보자"

밥을 먹자는 것도, 술을 밤새 퍼마시자는 것도 아니고
호젓한 강둑을 밤새 걷자는 것도 아니고
뭐 중대한 중장기 인생설계 시책을 논의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얼굴보고 이러쿵 저러쿵 잡담이나 나누자는 건데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니 뭐 게다가 다들 바빠서,
혹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인간형이라
혹은 얘기는 해봤는데 그쪽에서 거부하는 통에
혹은 거부당할까봐 지레 겁먹고 말을 안걸어서
기타등등... '피치못할 사정' 으로 그러한 게 아니라
진짜 없다. 생짜로, 근본적으로, 물리적으로, 아예 없다.

사무에 관련된 이야기 이외에 다른 주제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본 지가 얼마나 된 건지...
전화걸고 네이트온으로 징징대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맨날 그러고 있으려니 받아주는 상대방이나 나나
질리는 건 매한가지고,
인간관계 삭막해서 아주 그냥 미쳐버리겠다;

아 동기나 있을 것이지 이놈의 부대
장교라고는 손에 꼽을 정돈데 다들 해 지면 어디로 사라지는건지
아니 해가 떠 있어도 얘기를 못해보긴 마찬가지인건가
재미없는 인간들. 하긴 다른 사람도 나를 똑같이 여기고 있으려나

쩜 쩜 쩜
심심한 것과 우울한 것은 적당히 잘 구분할 줄 알아야겠고
지나갈 것과 지나가지 않을 마음을 분리수거할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지만
일단은 이딴 말을 블로그에 지껄이지 않아도 옆에서 받아줄 사람이 좀 있었음 싶고
남에게 이야기하지도 블로그에 쓰지도 못할 만큼 푹 쉬어버린 이야기들은
어떻게 좀 잘 처리됐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아 세월이 그리 많았는데 왜 이번주만 버티기가 이렇게 지옥같은 거냐 갑자기 지겨운거냐
움직이기도 싫고 뭘 시작하기도 싫고 뭘 끝내기도 싫고 싫고 싫고 싫고 다 싫고
떠벌일 말들만 왕창 쌓여가는데 내가 요새 틈만나면 그렇게나 자기 말만 하는 인간을 하나 알고 있어서
이런 말들을 또 함부로 꺼내놓진 못하겠다. 얼마나 꼴보기 싫은지 잘 알거든.
그리하여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아! 란 말이 이렇게 꿈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나
하지만 여긴 강원도고 거기다가 군대라지요. 누가 찾아올 리가 없지. 제길

짜증폭발 우울작렬
진짜 죽을 것 같은데 진짜 죽을 것 같다고 말해봐야 누가 진짜 죽을 것 같다고 생각이나 하겠어
그게 짜증나서 확 진짜 죽어버릴까 생각도 드는데
에라이 중이병아

거두절미하고
나 좀 살 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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