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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보고싶어

- 그 언젠가는 사람을 순수히 보고싶다는 마음만으로 우두커니 기다렸을 시절도 내게 있었건마는, 참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더냐. 내가 보고싶은 게 어디 소 닭보듯 무심하게 스쳐가는 누군가의 겉모습이던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물리적인 거리 극복의 차원을 넘어서서 마음과 마음의 맞닿음이 있어야 성사되기 마련이고, 늘 익숙해진 손짓과 앙금같은 미소만 휘적대는 회합을 백만번 가져봐야 언제나 그렇듯 흡사한 허탈함만 커져갈 뿐이다. 머릿속으로 담았던 말들과 입밖으로 꺼내는 말 사이의 무수한 괴리가 세월이 갈수록 점점 커져만 가고,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끝끝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와중에 설날은 닥치고 나는 또 돌이킬 수 없이 한살을 먹어버린다. 건강하고 야심찬 에너지의 세례를 받아본 지가 워낙 오래됐는지 오랜만에 접한 이들의 소식이 걷잡을 수 없이 우울했고 수많은 노래가사들이 머릿속을 어지러이 헤엄쳤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라던가 생각해 날 그리워해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러지 말고 조금은 나의 생각에 슬퍼 눈물 흘리고 그래 라던가 난 나를 지켰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이라던가 시간은 스물아홉에서 정지할거야 라고 친구들이 그랬어 라던가... 시詩 를 읽은지 오래됐지만 그런 구절도 생각났다. 김소월의 먼훗날이라고, 먼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말이 잊었노라 / 오늘도 어제도 아니잊고 먼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사람들이랑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느낌이다. 뭐랄까 쌓아두고 있는 건 많아지는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 이유는 여러가지다. 일단 상대방이 이것들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일까봐 걱정이고, 다음으로는 너무 가볍게 받아들일까봐 그게 싫고, 그것보다는 그렇게 실컷 이야기한 사람과 친한 관계랄까 마음이 통한 상대랄까 그런 관계를 (좋든 싫든) 맺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싫고, 역시나 그렇게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봐야 해결될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결정적이다. 이거야말로 I can't live with or without you 의 상황... 견딜 수가 없다!

- 어쨌거나 많이 보고싶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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