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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 유럽

유럽여행기, 스물 세번째 : 그리스, 아테네


토익 끝난 기념으로 다시 시작. 얼렁 끝내야지...

새로운 동행도 만났겠다, 같이 비행기 타고 오는 길에 숙소까지 같이 쓰기로 결정.
원래는 아테네 백팩커즈에 묵을 생각이었는데 급선회해서 한인민박 아테네하우스로 갔다.
아테네에 한국 관광객이 드문 편인지라 한인민박도 딱 이거 하나밖에 없다. 음...
유랑같은 곳 찾아보면 의외로 평이 좋지 않은데, 내 경험상으론 별로 불편할 거 없이 괜찮은 곳이었다.
게다가 이 무렵 아테네가 상당히 흉흉할 시기였던 탓인지 숙소에 사람이 -ㅅ- 없었다. 정말 그 누구도...
숙소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인데 덕택에 궁궐처럼 썼더랬다. 뭐 그래봐야 딱 하룻밤 있었지만.

산토리니 가는 계획도 급 수정. 나는 원래 다음날 오후 배를 탈 생각이었는데
이 사람들은 내일 아침 배를 탈 생각이라길래... 내 티켓을 바꾸려고 했는데 그건 항구 매표소에서 해야 한단다.
산토리니 가는 아침 배가 일곱시 반에 출발하는데 어느 세월에 항구 매표소를 찾아 표를 바꾼단 말이더냐ㅡ.ㅡ
암튼 이것땜에 다음날 고생좀 했다. 시작부터 다이나믹했던 그리스...

혹시라도 비수기에 산토리니를 비롯한 에게해 페리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은
정말 어지간해서는 배를 사전 예약할 필요가 없습니다. 괜히 방해만 돼요. 예약 변경도 쉽지 않고.
이때가 10월 초였는데도 배마다 표가 남아 돌았으니 (이 때 그리스 분위기가 안 좋긴 했지만...) 참고하시라.

공항노숙과 비행으로 지친 몸을 끌고 숙소에 도착하니
지금은 방 정리 시간이라 짐은 맡겨두고 좀 나가주시라고 한다
지도를 보니 꽤 가까운 곳에 아테네의 아이콘, 아크로폴리스가 있었다. 좀 피곤했지만 고고씽.


아크로폴리스 인근엔 기념품가게와 식당들이 즐비하다.
참 관광객에게 시크한 영국을 떠올리자면 엄청나게 요란한 편이다


아크로폴리스 인근은 자타공인 그리스 최고의 관광지이건만,
비수기 + 경제위기의 여파로 분위기가 적잖이 한산했다. 문닫은 집도 더러 보였고... 흠흠

우리가 익히 아는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은 묘하게 찾기가 어려운 편이다.
언덕 아래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이 퍽 복잡한 탓인데,
설마 이 길일까 싶을만큼 후미진 곳을 기웃거리다보니 옆문이 있다. 허허
조금 더 걸어가면 정문이 있고... 그 앞에 입장료는 따로 안 받는 바위가 하나 있는데


여기 경치가 죽여준다. 멀리 보이는 파르테논.



간만에 등장한 동영상


아테네 전경. 바로 아래쪽 폐허는 고대 아테네 아고라다.
여지껏 보아 온 유럽 국가들이 대동소이하나마 낯설지 않은 풍광을 보여줬다면
그리스는 그 와중에도 많이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비가 많이 오지 않는 나라인 탓인지, 아니면 치산녹화에 실패한 탓인지;
유난히 민둥바위산 바위언덕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 가장 독특한 풍경이다.
그 덕택에 도시 풍경도 유난히 황량하고...
역시나 그리스는 바다 풍경이 진짜인 것 같다. 아니면 내륙으로 가서 정말 황량한 동네를 들르던지.


저 멀리 보이는 산, 진짜로 보면 참 황당하게 생겼는데.


...이 포즈는 뭐냐.


근 사흘만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충만해진 느낌...
참고로 여기 주변에는 수상한 흑형들도 상주한다. 눈치를 보니 얼음물을 강매하는 것 같았음.
근데 여기까지 얼음물을 들고 올 정성이면 좀 사 주는 것도 나쁠 것 같진 않았다... 높단 말야...


두 동행.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오래 보리라곤 생각을 못했겠지.
심지어 통성명도 안했다. 생각해 보면 셋 다 특이한 성격;


인터넷 어딘가에서 보기론 여기에서 카메라를 낚아채서
산양의 속도로 바위를 뛰어 내려간 흑형이 있었다던데...


그리스의 볼거리. 개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리스에는 이런 식으로 길거리에 퍼져 자고 있는 개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게 때로는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수일 때도 있어서... 우리나라로 치면 길고양이 비슷한 걸까?;;


파르테논 입구.
여기서 사는 입장권을 고대 아고라 및 제우스 신전에서도 쓰게 된다. 난 안 갔지만...



파르테논이네(?)


파르테논은... 직접 보면 실망한다.
뭐 대영박물관에 다 옮겨놓은 거 모르고 온 건 아니지만
저 보수공사용 크레인은 자리잡은지 워낙 오래돼서 이젠 거의 신전의 일부같다는... 후문.


그래도 이 건물 자체가 너무 유명해서 감흥은 강렬한 편이다.
게다가 나는 이 신전이 언덕 위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 무지막지한 언덕일 줄은 미처 몰랐다.
신들의 나라라는 말이 괜한 건 아니었다. 만화적인 위압감 위에 자리잡은 신전이라고나?


한 구석에 있는 전망대.


저 가운데 보이는 게 제우스 신전이다. 무진장 크다.


그리스는 국기가 참 이쁘다.
특히 파란 하늘 및 바다를 배경으로 하면 기가 막히게 이쁘다고나.


이름 모를 극장 유적... 디오니소스 극장이었나?


이 회랑이 온전했을 때를 상상해 보자. 거의 <토르>에나 나올 만화적인 풍경 아닌가.


개... 들은 심심해지면 사람을 따라다니기도 한다. 좀 무서웠다 (...)


내려오는 길의 골목사진 몇 컷.

점심시간이 됐길래 다같이 밥먹고 시간맞춰 숙소에 들어가서 뻗어버렸다. 정말 기절...
공항 노숙의 피로가 뒤늦게 몰려온 탓이었더랬다.
저녁에는 잠깐 나와 저녁먹을 곳과 장 볼 마트를 찾아 헤매다가
아테네 최악의 우범지역이라는 오모니아 구역을 원치 않게 탐방 (...) 하기도 했다
인터넷 곳곳에서는 아테네의 이 구역을 거의 고담의 아캄시티처럼 묘사하고 있으나...
다행히 우리가 헤맬 때에는 딱히 수상한 건 보이지 않았다
다만 도시 전체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고 한산하다는 건... 사실 그리스 전체에서 받은 인상이기도 하다.

다음 날 일곱 시 반 페리를 타려면 적어도 여섯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나는 이 동행들과 아직 통성명도 못했다는 게 걸렸지만서두 일단은 잠들어야 했다;

이제 다음은 산토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