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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 유럽

유럽여행기, 스물 다섯번째 : 산토리니 - 레드, 블랙비치 그리고 이아마을


뭐... 한밤중에 당황스런 일을 겪긴 했지만, 결국 무사했음.
숙소로 가는 길은 용군이 터미널까지 뛰어가던 도중에 발견해서 전화로 알려줬고;
아이폰은 당장 발견할 순 없었지만 (차가 차고로 갔다고...) 내일 아침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더랬다.
물론 아예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 했고,
앞으로도 여행할 날이 무한히 남아있던 용군은 상당히 침울해 있었지만
놀랍게도, 다음 날 아침 일찍 진짜로 연락이 왔다. 아이폰 찾았다고...
세상에 유럽여행하다가 아이폰 잊어먹고 도둑맞은 사람이 밤하늘의 별보다 많거늘
산토리니... 정말 좀도둑 하나 발붙일 곳 없는 깡촌이란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ㅅ-;

어찌됐든 간만에 고기와 술을 즐길 수는 있었음. 딱 MT온 기분이었다 ㅋㄷ


근방의 다른 호텔들. 물론 이런 호텔들에 묵었으면 기분은 더 좋았겠지만...

이 날 아침에 차를 렌트했다.
그냥 걸어다니다 보면 길바닥에 널린 게 차 렌트하는 집들이라, 빌릴 곳을 찾는 게 어렵진 않다.
가게 별로 별달리 서비스 차이가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그냥 가까운 곳에서 렌트하면 될 듯.
원래는 국제운전자면허증이 필요한데 한국 면허증만 보여줘도 어지간하면 그냥 빌려준다.
뭐 자동차 말고도 오토바이, 사륜 오토바이 등등 빌릴 게 많다.
산토리니는 대중교통이 워낙 안 좋아서 렌트가 필수다. 돌아다니는 차도 거의 다 렌트카고...


우리가 빌린 노란색 마티즈 수동.
주로 한국 차가 많다. 현대 대우가 전세계에 얼마나 차를 많이 팔아먹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차를 렌트해 주면서 보통 산토리니 관광지도와 가볼만한 곳, 주유소 위치를 체크해 준다.
산토리니에 대해 개뿔 아는 게 없던 우리는 일단 섬 남단에 있는 해변들로 가보기로 결정.
마침 날씨도 괜찮아서, 지중해에 몸을 담그고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길 생각이었다.
산토리니에서 즐기는 지중해 해수욕이라니. 참 단어만 열거하면 낭만의 극치인데...

내가 운전을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닌데다가 난 내 차 빼곤 몰아본 적이 없어서 (;;)
첨에 익숙해 질때까지 식은땀 좀 뺐음. 게다가 항상 혼자 운전을 했더니 뒤에 누군가 타면 운전이 더 안돼...


지나가다가 너무 멋있어서 잠시 멈춘 바닷가.
보정질을 하긴 했지만 정말 이 정도로 보였다니깐...


차를 빌릴 때의 최대 이점이랄까. 잠깐 멈춰서 볼 수 있다는...
여기 경치가 정말 극강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왠 아저씨 포스인가.


레드비치 입구다. 붉은 바위와 아무래도 단순 관상용인 것 같던 하얀 건물...
작은 언덕 하나를 넘으면 레드비치가 나온다.


레드비치 전경. 보다시피 정말 붉은 해안... 이다.
저 안쪽에는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글쎄, 생각보다 좀 너무 작아보였달까.


한동안 바다구경. 저 붉은 돌들은 구멍이 많이 뚫린, 전형적인 화산석인데
손으로 집어 보면 깜짝 놀란다. 무게가 거의 없다. 스펀지를 드는 느낌?
저런 걸 가져왔어야 되는데 왜 깜빡했을꼬. 에잉.


꼭 이런 곳에는... 근데 이거 중국말인감?


셀프컷. 어쩐지 화난 표정(?)


아아 평온한 지중해...

레드 비치는, 뭔가 몸을 담그기엔 지나치게 신비한 이미지랄까. 위락시설이 없기도 했지만...
해서 차를 타고 찾아간 다음 장소는 블랙 비치.
그나마 해안이 넓고 쉴만한 장소도 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여기가 블랙비치. 음... 모래가 검은 빛을 띈다. 그외에 특이사항 없음 (...)
뭔가 베네치아의 리도가 훨씬 좋았던 것 같지만 어쨌거나 여기선 해수욕을 즐길 여건이 마련됐다.
근방에 있는 가게에 들러서 수영복이랑 쪼리를 구매. 솜양은 태닝오일도 샀다 ㅋㄷ
헌데 수영복은 너무 크고 (이런 그리스 배불뚝이들...;) 쪼리는 발에 안맞아서 힘들었던데다가
일광욕은 한두시간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교훈만 얻었음.
이미 타버린 팔이랑 몸이랑 깔맞춤(!) 정도만 하려고 했는데 두시간 정도론 티도 안나더라.
그렇다고 거기에 하루종일 누워있으리? 한두시간 있는데도 심심해서 죽을뻔 했는데.


수영도 했다. 몸매가 좀 더 적나라하게 나온 사진도 있지만...
막 벗으려면 아무래도 운동을 더 해야겠다. 흠흠.;


비수기라 적잖이 썰렁한 느낌.
그래도 그리스에서 느낀 여름기분은 이게 마지막이었다. 이후론 급격히 날씨가 나빠져서...

나는 비오는 지중해도 많이 본 탓에 이런 풍경이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진 않는다.
지중해와 산토리니의 단점은 비가 오는 순간 너무 황량하고 쓸쓸해진다는 점이다.
어쩌면 티없이 맑을 때의 느낌이 너무나 황홀해서... 대비가 심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덕택에 이후 지중해에서 보낸 시간 동안 거의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음.
물론 갑자기 혼자가 돼버린 것도 한몫 했겠지만.

휴양을 마치고 숙소로 가서 씻었더만 날씨가 좀 흐릿해진다. 다시 이아마을로 가보기로 했다.
석양만 급히 보느라 미처 살펴 보지 못한 이아의 구석구석을 챙겨볼 생각이었음.


이아의 뒷골목은 정말 별볼일 없다. 어쩐지 폭로하고 싶었다 (...)


날씨만 좀 더 좋았어도 최고였을텐데 ㅋ 그래도 이뻤다.
사진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맑은 날의 이아만큼 자극적인 곳도 드문 듯.
나 말고 두 동행은 전부 DSLR 유저였던지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흐.


날씨가 흐리니 간만에 안 주무시는 개님들. 뭔 대화를 하고 계시나...


아아 파란지붕~


참 안온한 풍경이긴 하다. 돌바닥 하며...
내가 저기 있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먼 곳의 바다... 오전에 사진찍었던 절벽이 저 멀리 있는 저 곳임!


필살의 달력사진.


저 아래쪽으론 아마 쪽배가 다니는 항구가 있는 모양이었다.
아, 산토리니의 다른 상징은 당나귀 투어는 피라마을에서 진행된다.
직접보면 그냥 당나귀가 불쌍하다는 느낌 뿐 (...)


이아 한복판의 폐허! 이아 마을의 숨겨진 모습!
그런데 뭐라고 써있는 것일까; 그리스 말은 암만 봐도 적응이 안돼...


난 요새 이런 사진만 보면 토익 파트1 이 생각나니 큰일이다 (...)


산토리니에 딱 하나 있다는 서점. 아틀란티스. 언뜻봐도 그냥 장사하는 곳은 아니고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서점이 없다는 건 말도 안된다!" 는 일념 하에 두 영국 청년이 열었다는데
뭐... 낭만적인 이야기꺼리인지는 몰라도 설득은 안된다. 그런 식으로 치면 여기엔 영화관도 없다고. (...)
암튼 이 곳의 청년들은 기타도 치고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석양도 즐기고... 낭만적으로 살고 계시단다.


다시 석양이 내리기 시작해서, 어제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보기로 결정.
가는 길에 저녁먹을 곳도 찾아보기로 했다.


만날 개님만 보다가 오랜만에 고양이님을 보니까 왜이리 반가웠던지...
근데 이 분은 그다지 반갑지 않았던 듯.


이런 곳은 거의 다 호텔이다. 근데 비수기라 영업 안하는 곳이 많았고...


어쩐지 식당주인 포스의 개님.


하악하악 이런 호텔에 묵었어야 했는데...
뭐 성수기 요금은 1박 100유로까지도 한다니까 사실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4, 5성급 서비스를 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집주인과 홈리스 (...)
아 그리스에는 뭔 개가 이렇게 많은 건가


이건 그냥 식당이 이쁘길래.


포즈가 좋아. 집에 하나 가져다두고 싶었다. (...)


이국적이도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낭만적으로 저녁을 즐기고 싶었다.
결국 위 그림과 같은 식당에 올라갔는데, 어쩐지 파라솔도 닫혀있고 사람도 하나 없어서
이상하다 싶었더니 주인도 올라와서 춥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때 잠자코 내려가서 먹었어야 했는데 (...)

 구름낀 지중해의 가열찬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파스타를 먹자니 참 내 신세는 어찌나 기막히던지 (;;)
그러게 낭만같은 게 내 인생에 함부로 첨부될 리가 없다니깐

저녁을 헤치우고 나니 슬슬 술을 마실 시간이었다.
뭐 중간에 일정조율과 깊은 고민이 있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날 제외한 두 사람은 내일 아침 배로 아테네로 돌아갈 참이었고
난 내일 밤 배로 로도스로 갈 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새벽 한시 배...(;;)
이런 계획은 대체 뭘 믿고 짠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흐.

사실 딱 혼자다니기 힘들 시기에 만난 동행들이라 어지간하면 떨어지고 싶지가 않았고
해서 나도 아테네로 함께 가서 정 볼 거 없음 잠이나 줄창 자다가 한국으로 떠나고 싶었지만
(귀국까지 4일 남았었음)
여기선 빌어먹을 예약 배편을 바꿀 방법이 없어서 ; 결국 로도스로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참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긴 하다. 그리스 내륙을 더 보고 싶었는데...
여행계획을 잘 짜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 순간이랄까.

다시 혼자로 돌아온 여행담 : 비오는 산토리니, 우울증을 부르다... 편은 내일 계속.
토익 성적표 나오기 전에 끝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