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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1 유럽

유럽여행기, 스물 일곱번째 : 로도스, 올드 타운


하고 많은 섬중에 왜 로도스였냐...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소설 <로도스도 전기>와 에이지오브엠파이어3 의 영향이 컸다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
소설은 진짜 로도스랑은 아무 상관 없다고 치고, 에이지3는 결국 병원기사단,
거기에 성배를 둘러싼 음모론이다보니 이래저래 참고할만 하다
아, 문명 시리즈를 즐겨한 사람이나 고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로도스의 거상" 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흠흠

...그러고보면 내 세계사 지식의 8할 쯤은 게임에서 온 거 같아...


수평선 너머 새벽 안개와 구름을 찢으며 드러나는 로도스섬.
항해에는 비행과는 달리 드라마틱한 구석이 있다. 느려서 그런가...

숙소도 안 정하고 목적지에 온 건 처음이었는데...
일단 올드타운으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웬 아저씨가 방 찾고 있냐고 말을 건다.
아무데나 막 따라가도 되나 싶긴 했지만, 어차피 하룻밤이고, 귀찮기도 하고...
그냥 무작정 따라가서 보니 사람도 거의 없고; 어째 지저분해 보이는 꼴이 영 께름칙하긴 했지만
무진장 넓고 화장실까지 따로 딸린 싱글 룸이 30유로라 하길래 덜컥 합의해 버렸다-.-
아저씨 표정으로 봐서 그닥 장사가 잘 되는 시즌도 아닌 것 같았다. 말도 안되게 깎아줬다고 투덜투덜.
하기야 10월 중순이 다 됐으니 슬슬 본격적인 비수기로 흘러가던 때다... 

* 로도스 항구엔 숙소 삐끼가 많지 않은 편이다. 막 도착하면 좀 당황스럽긴 함...


바닥을 주목하시라. 참 정성스럽게 포장된 자갈길이긴 한데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엔 최악이다... 로도스 올드타운 뒷골목이 거의 이지경이라 나중에는 그냥 들고 다녔다-0-


이곳도 골목이 복잡하기론 베네치아 못지 않아서 -.-;
기준점을 잡을 필요가 있다. 여기가 아마 무슨 미술관인가 박물관인가 그랬을 거임.


이 분수대 주변부터 사람도 많고 가게도 많고, 제법 관광지 분위기가 난다.
소크라테스 거리라고 했던가? 소크라테스 고향이라던거 같음.


조금 둘러보다가 카메라 배터리가 다떨어져서 (;) 잠시 귀환...


로도스 올드타운엔 따로 정해진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닌데, 그 자체가 기막힌 풍경이다
전 유럽을 통틀어 여기만큼 중세시대 성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 없다고 하니까.
주제에 사람도 많지 않아서, 조금만 뒷골목을 돌아다니면 "중세에 홀로 떨어진 느낌" 같은 것도 받을 수 있다.
나에겐, 툼레이더나 인디아나존스에 익숙해서 그런지 자꾸만, 뭔가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인상이 강한 도시였다
농담 아니라 정말루...
 


도시의 전반적인 풍경을 머리에 담고 나면 오히려 이 곳에 진을 친 현대인들이 더 기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돈을 벌기 위해 폐허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랄까...
기념품점 하나를 지나 복잡한 골목 몇 개를 들락거리면 간판이 붙은 유적지가 있고,
그 옆에는 이름도 모를 중세시대 건물이 있는 도시. 그 옆에는 발굴중인 건물이 있고 그 옆엔 다시 좌판이...
보존이 덜 된 건지 관광지 개발이 덜 된 건지 인간들이 집요한 건지. 다 아니겠지만, 하여튼 기묘한 동네다.


로도스는 전성기 이후- 그러니까 기사단이 쫓겨난 후에 오랫동안 오스만의 통치를 거쳤다.
지리적으로도 그리스보다는 터키에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건축물에서도 터키 냄새가 많이 나는 편이다.
사실 로도스는 터키로 들어가는 중간단계 정도로 많이 거쳐 가더라. 터키가 정말 코앞이라...


기사단 지배층이 기거했다는 그랜드마스터 궁전. 마침 보수공사중이었다 -.-


저 눈은 도대체 누가 그려놓았을꼬. 과연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다.
별 의미가 있을리 없는 이 나무를 찍어서 포스팅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성의 내부 해자. 저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근데 관광지라 하기엔 좀 너무 방치된 거 같은...
데 그게 매력이다 정말 매력있다 방치된 폐허라니. 심지어 냄새도 난다!;


외부해자 산책로. 이쪽 면은 그나마 정리가 된 느낌.
놀랍도록 사람이 없다는 게 재밌긴 하지만...


성의 북문이자, 아마도 메인 출입구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


어쨌건 로도스의 본질은 섬이라는 것이다.


이 풍차들이 로도스의 상징물이라카던데... 정녕 왜인지는 모르겠더라.


고양이마저 구걸에 나선 현장. 흐미.


부끄럼 타던 고양이.
돈을 주면 정말 먹이긴 하는 걸까... 근방에 고양이가 유난히 많긴 했다.

 

언뜻 봐도 퍽 오래된 이 등대는 잠시 폐쇄중이었음.
여하튼 비수기의 취약점을 톡톡히 맛봤다고나 할까;;
* 찾아보니 세인트 니콜라스 요새라고 한다. 좀 달리 말하면 산타클로스 요새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문명 시리즈에도 줄기차게 등장하는 바로 그것
로도스 청동거상이 서 있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여기 사슴기둥에 발 한짝


물 건너 저기 사슴기둥에 발 한짝. 가랑이 사이론 배가 드나들었다고...
높이가 36m에 달할 만큼 거대했는데, 지진으로 쓰러져 흔적만 남아있던 걸
아랍 애들이 주워다 팔아먹었다고 전해진다. 그러게 구리가 좀 비싸니...
어쨌건 현대 과학자들은 전해져 내려오는 청동상 구조는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한다지만.


돌아가는 길에 다시 찰칵... 날씨 좋쿠나.


다시 북서쪽 성 입구다.


바다를 마주하고 병풍처럼 늘어선 성곽. 로도스의 진면목이다.
이런 걸 턱밑에다 세워놨으니 오스만 애들도 참 난감했을 것 같다.
말이 좋아 기사단 본거지지 뒤집어보면 난공불락 해적소굴인데. (;)


그냥 날씨가 좋아서 막 찍은 듯;
사진으로 잘 보이진 않지만 여기 바다는 진짜 밑바닥이 들여다보인다. 산토리니와는 또다른 점.


다시 성으로 들어갔다.

 

"기사단의 길" 이라 불리는 곳인데, 그랜드마스터 궁전 앞까지 죽 뻗은 길이다.
딱 봐도 고위 기사들이 오갔을 것 같은 포스를 좍좍 풍기는... 포인트.
다른 골목과는 달리 상점 하나도 들어서 있지 않다. 덕택에 직접 가서 보면 유난히 압도되는 느낌?


다시 바다를 보러 갔다.

올드타운의 고전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고작 몇백미터 옆에 있는
로도스 신 시가지에는 "세계적인" 고급 호텔과 리조트 시설이 왕창 들어서 있는데...
성수기에 와 보면 극과 극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지만 내가 만난 건 그냥 쓸쓸한 바다였다.


근데 여름에 오면 정말 좋겠더라. 해운대 저리가라!... 수준


그래도 사람이 있긴 하더라... 추웠는데. 독한 것-_-;;


이 동상 무슨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잊어먹었...-_-;


초저녁이라 어쩐지 야경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이 날 저녁 먹고 거의 12시간을 잤던 걸로 기억한다-_-;; 방이 좀 많이 편안했고 꽤나 피곤했음.
만사가 귀찮아진 가운데 여행은 마지막 날을 맞이하고 있었으니...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