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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세월호 1주년을 맞이하는 태도

 

 

 

- 돌이켜 보면 1년 전 그 일들은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간 누적되어 온 대한민국의 적폐가 어쩌구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나는 정말 그렇게나 '남의 일' 일 수밖에 없는 일들에 그렇게 마음이 아파 본 적이 처음이었다.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갑작스런 사고로 억울하게 죽어간 게 어디 한 두 번이며 언론들이 그런 일들에 선정적으로 달려들어 볼꼴 못 볼꼴 다 보여준 게 어디 어제 오늘 일인가. 나는 TV에 흉흉히 등장하는 그 어떤 비극에도 눈물을 훔쳐 본 적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거의 몇 달 동안이나 (사실은 아직까지도) 세월호와 그에 관련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접할 때면 왈칵 눈물부터 났다. 나에겐 무엇보다 이게 가장 설명이 어려운 일이다.

 

- 사고가 난 그 주말에 회사 일 때문에 강연을 할 일이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 학습지 교사들을 앉혀 두고 초등 4학년의 학습 교수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 마침 과학과에서 해당되는 진도에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분이 있었다. 대표적인 재난으로 소개된 것은 지진과 화재였다. 선생님들은 당연하게도 '침착하게 제 자리에 앉아서 대피요원들의 지시에 따르게끔' 아이들을 이끌어야만 했는데, 바로 며칠 전 정확히 그 가르침을 따르다가 수백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은 판국에, 또 다른 선생님들을 앉혀 주고 이 사실을 알려주는 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으며 그 말을 듣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우스워했는지 참 기억이 생생하다. 그럼, 그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은 또 우스워하지 않을 것 같은가. 그 교과서를 쓴 사람은 우스워하지 않을 것 같은가. 왜 이 나라에서는 모두가 우스워하는 일을 배우고 가르치고 시험으로 재확인하는가. 이것 역시 설명이 어려운 일이다.

 

- 사실 그보다 더 설명이 어려운 일은 '풍랑 없는 바다에서 멀쩡한 배가 가라앉아 탑승자 상당수가 사망한' 이 사태가 초유의 정치적 사안으로 변해갔던 그 후 수개월간의 일이었다. 야당은 지도부를 두 번이나 갈아치우면서 거의 침몰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되살아났다. (그냥 침몰해버린 거나 뭐가 다른지.) 가까이서 볼 때에는 그냥저냥 휩쓸려서 감정없이 지나갔던 일들이,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참 어처구니 없는 일들의 총집합처럼 보인다. 세월호 사건을 기점으로 이 나라는 정치적인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이른바 '친북좌파' 가 끼어들 수 있는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구분하는 능력도 잃어버렸다. 나중에 이 일도 역사로 기록될 날이 있을텐데, 그 때 대체 그 누가 이 일을 제대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왜 억울한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그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달라는 말을 이토록 어렵게 해야만 했는가? 도통 설명이 어려운 일이다.

 

- 설명이 어려운 일들을 기억하는 것은 어렵고, 설명이 어려운 '남의 일' 을 기억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고로 나는 이 일을 더 이상 기억하기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세상에는 이런 일보다 더 중요하고 다급한 나의 일들이 많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슬픔이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남을 외계인 혹은 악마 혹은 냉혈한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남의 슬픔을 금지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도 없다. 이 나라에는 보통 그 슬픔이 전염되어 국가에 대한 분노와 반체제 사상의 토양이 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들 계몽주의 시대에서 날아왔는지, 대체 뭐 이리 선동을 무서워하는 자들이 많은건가.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슬픔은 감정 중에서도 전염이 꽤나 느린 편이다.

 

- 말이 주저리주저리 많아졌고... 사실 이렇게 시세에 맞춘 포스팅 잘 안하는 편인데, 오늘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해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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