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의 시작이 수요일인데다가, 주말에는 술자리가, 그 술자리가 끝난 후에는 제법 먼 여행길이 남아있다. 남은 3일은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이미 해 왔던 작업을 마무리지을 것인가, 빨리 끝낼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인가. 사실 해 오던 일을 정리한다는 것 역시도 상상 이상으로 자라나 또다른 일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제껏 해왔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미처 챙기지 못했던 디테일들을 주섬주섬 주워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건 내가 애초에꼼꼼한 성격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얻게 된 생활의 지혜일 수도 있다. 예컨대 미뤄 둔 집정리를 한가한 주말에 몰아서 처리한다던가... 그런데 나이를 먹을 수록 묘하게 그 미뤄두는 사실 자체도 귀찮아지는 기분이 든다. 미뤄뒀다가 잊어먹는 일이 워낙 많다보니.
- 올해도 추석이 지났다. 나만 그런지는 몰라도 추석에서 설로 가는 세월은 늘상 몇초만에 지나가버리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러고보면 신정에서 구정으로 오는 세월도, 좀 길게 잡으면 구정에서 봄으로 오는 세월도 마찬가지다. 농경사회도 아닌데 (...) 내 마음은 늘상 3월에서 9월 사이에만 활기를 찾는다. 10월부터 3월에 이르는 세월은 늘 앞선 6개월을 정리하는 휴식기였을 뿐이니... 생각해보면 기나긴 연휴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앉은 이 순간이 나에게는 늘상 수요일에 시작하는 첫 주와 같았던 셈이다. 고 말하자니 이 무슨 진부하고 쿨하지 못한 비유인가 싶어서 이 포스팅을 할까말까 한참을 망설였더랬다. 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말은 되잖아. 여하튼 너무 쿨함에 집착하지 않아야 보다 대중적인 창작물을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떳떳하게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제법 하는 요즘이다.
- 이것저것 선택하고 잴 것 없이 둘 다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쉽다. 고로 나는 올 가을에도 몇 가지 일을 벌일 것이다. 아주 쉽게 실천 가능한 것들로... 일단 속절없이 사그라지는 필력을 다잡기 위해 일기를 쓸 것이고, 에 또, 여행을 좀 다닐 것이다. 에 또, 그리고 소설도 쓰고 있다고 항상 말하긴 하지만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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