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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땐/책읽고

용의자 X의 헌신 (2006)

 

 

 

 

- 워낙 유명한 책이고 영화화도 두 번씩이나 됐을만큼 이미 이야기의 가치증명은 끝난 소설. 그러나 일본소설을 쥐약만큼 싫어하는 성격상 (...) 미뤄두고 있다가 기회가 닿아서 읽게 되었다. 한동안 서점에 갈 때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즐비하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한번씩 볼까말까 고민하는 책이었던 듯. 나미야 잡화점... 그거랑 가면산장 살인사건? 그것도 아직 보이는 것 같다.

 

- 추리소설을 읽은 지가 워낙 오래돼서 이게 이 장르의 특징인지, 아니면 이 소설 자체의 약점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는데, 핍진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보인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작위적으로 끼워맞춘 설정들이 너무 많이 보이는데다가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성격에도 설득력이 하나도 없다. 물론 그 독특한 성격 (지고지순한 사랑?...) 이 그 캐릭터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야 뭐 할 말이 없겠지만서두... 아니 무엇보다 이 책의 핵심 트릭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일러) 죽은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이 가장 이해가지 않았던 부분. 굳이 그런 일을 해야 했나? 라는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주인공의 천재성이라는 것에도 몹시 의문을 품게 되고... 평에는 순수성 어쩌고 하는 말로 포장을 해 뒀던데 이정도면 편집증으로 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으면서... 게다가 주인공 설정도 별로 맘에 안드는게, 기본적으로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은둔형 수학천재처럼 보이는데 유도부 선생이라는 설정도 함께 붙어있다. 인간적으로 너무너무 작가편의적인 발상이다. 물론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혀 설득력있게 제시가 되지 않고 그냥 전개를 위한 설정으로 소비되어버린다는 것이 문제. 오죽하면 영화에서는 이 설정이 뻐져버렸다고... 이외에도 여기저기 문제는 많다.

 

- 물론 이 장르의 특성상 그런 작위적인 전개를 아주 없애버릴 수는 없다. 그러니 독자가 다른 곳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는 적절히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다. 특히 처음부터 결말을 까고 내용을 진행하는 게 대표적인 구성상의 특징. 이러면 독자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느라고 굳이 머리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히치콕에 따르면 더욱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내용을 관찰하게 된다고 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문제는 반전의 배치에 있었던 것이다. 반전은 무언가 찜찜했던 떡밥을 일거에 뒤집으면서 짠 하고 등장하는 것이지,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내용을 송두리채 뒤엎는다고 그게 다 훌륭한 반전인 게 아니다. <식스센스>같은 영화나 <마지막 잎새> 같은 오헨리의 단편들이 왜 반전의 교과서로 취급받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컨대 복선이란 게 있어야 한다는 뜻.

 

- 그런데 사람들이랑 얘기하다보니 보통 이런 내용들에는 별 관심이 없더랬다. 작가가 이렇다 하면 응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독자가 참 많구나, '흘러가듯' 책을 읽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기도 하면서... 내가 너무 작가 입장에서 잘쓰고 못쓰고를 생각하는 건가 반성이 되기도 하면서... 뭐 그랬더랬다. 그런데 이건 내가 창작물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에게 공감을 느끼거나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땠을까? 아, 이런 일이 세상에도 진짜 있는데... 이런거 잘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이런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지?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쓰다니! 이렇게 얕은 트릭을 쓰다니, 게으르군! 뭐 이런 것 위주로 평가하게 되는 듯...

 

-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일본소설들이 그러하듯 별로 맘에 들지는 않았다. (...)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소설 고르는 데 엄청 까다로운 사람인 듯.

 

- 주인공이 천재 물리학자라는 걸 알고 깜놀... 심지어 탐정물 시리즈 중에 하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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