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맷 리브스 Matt Reeves
캐스팅
리지 카플란 :: 말레나 다이아몬드
Lizzy Caplan :: Marlena Diamond
제시카 루카스 :: 릴리 포드
Jessica Lucas :: Lily Ford
T.J. 밀러 :: 허드
T.J. Miller :: Hud
마이클 스탈-데이비스 :: 롭 호킨스
Michael Stahl-David :: Rob Hawkins
마이크 보겔 :: 제이슨 호킨스
Mike Vogel :: Jason Hawkins
오데트 유스트만 :: 베스 맥킨타이어
Odette Yustman :: Beth McIntyre
85분, 액션, 스릴러, 괴수물
영화를 보고는 왔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영화를 다 보고 집까지 오는 내내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어서. 사실 영화 자체가 워낙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일관한 터라 나같은 경우엔 지난 주에 겨우 영화 제목을 알게 되었고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괴수영화를 캠코더로 찍었다더라" 라는 매우 기초적인 정보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그 기초적인 것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블레어 윗치> 스타일로 찍은 <고질라> 영화다. 그러니 <블레어 윗치> 에서 그 모호한 공포의 실체가 짜증났던 사람은 전혀 부족하지 않은 공포 그 자체를 만나게 될 것이고 <고질라> 에서 턱도 없이 부족한 스릴에 치를 떨었던 사람은 영화 내내 긴장감에 고문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영화가 끝난지 두 시간이 지나가는데 도대체가 아직도 긴장이 가시질 않는다. 태어난 이래 봤던 모든 괴물영화, 재난영화, 공포영화 중에 최고다. 완전 후덜덜.
스토리랄 것도 별로 없지만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롭이라는 친구의 송별 축하연이 한창인 와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뉴욕을 습격한다. 탈출하던 중 롭은 옛 여자친구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뉴욕 한복판에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만류하는 친구들과 함께 그녀를 구하러 위험천만한 곳으로 뛰어든다.
영화 자체만 놓고 보자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괴수장르물의 스토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물건일 뿐이다. 게다가 캠코더로 찍은 화면은 영화 내내 태풍 만난 범선처럼 휘청거리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85분동안 보고 있기가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다. "정말 그 자리에서 캠코더로 찍은 듯한"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영상은 거칠기 짝이 없고 특히 나이트비젼을 켰을 때의 화면 질감은 아마추어의 실력 그대로이다. (몇가지 예외라면 사운드가 지나치게 좋은 것과 영화 내내 포커스가 너무 잘 맞는다는 것 정도. 요새 자동포커스 기능이 좋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져 정말 어마어마한 사실감을 불러 일으킨다. "자유의 여신상 헤드샷" 장면이야 예고편에 공개됐으니 이미 유명하긴 하지만 알고 있던 장면에서조차 깜짝 놀라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감질맛나게 보여주거나 혹은 아예 보여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괴물도 생각보다 자주, 그것도 굉장한 압도감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모습이 안 나와도 상관없다. 영화 내내 녀석의 울부짖음이나 발자국 소리는 잘만 들려오니까. 이런 식의 영화의 성공 포인트는 괴물이 나타나는 장면의 스릴감을 괴물이 나타나지 않는 장면에서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 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에서 <클로버필드>는 일단 합격점을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긴장과 이완이 스릴러의 생명이라면 이 영화에서 완벽한 이완 타이밍의 역할을 하는 건 중간중간 삽입되는 여자친구와의 단란한 한 때이다. 솔직히 사실감만 두고 보자면 그 긴박한 상황에서 촬영이 잠시 중단됐을 때 하필이면 그런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긴 하지만, 뭐 어때, 어차피 "사실인 척" 을 했을 뿐이지 정말 이 영화를 보고 <블레어 윗치> 처럼 속아넘어갈 사람은 없을 텐데. 따지고 보자면 뻔뻔할 정도로 하품 나오는 연애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런 식으로 삽입됐을 때의 파괴력이란 대단한 법이다. 정말 내 앞에서 저 괴물이 손을 뻗고 있는 것 같은 그 순간에 짠 하고 삽입되니까.
괴수물의 의미가 공포물과는 분리되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사실 포악한 괴수는 상당히 공포스러워야 정상이다. 그런 면에서 <클로버필드>는 SF 판타지 괴수물보다는 상당히 현실적인 공포물 쪽에 가깝다. 9.11이 미국인 심성에 미친 영향과 관련하여 이 영화 혹은 스필버그의 <우주전쟁> 을 분석하는 쪽에서는 이미 많은 이야기가 나온 편이라 굳이 언급은 안했지만, 처음 괴물이 뉴욕을 습격하고 사람들이 떼를 지어 도망칠 때 사실 9.11 테러의 그 장면을 떠올리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게다. 도망치는 인간들의 공포에 집중한다는 면에서 보자면 이 영화가 <우주전쟁> 보다 백 배는 더 낫다. 뭐, 이 영화도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았으면 뉴욕 한복판에 고립된 가족을 찾아 떠나는 외로운 가장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됐으려나... 대상은 아무래도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던 딸이나 아내가 좋겠지? (가만, 그건 <다이하드>가 돼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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