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았다.
간만에 움집을 벗어나 마음껏 일광욕을 하면서 나는 거의 봄을 거머쥔 기분이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시험을 봤고 봤던 영화를 또 봤으며 늘 먹던 음식을 또 먹었다.
자주 보던 친구는 잡티가 도드라진 피부 만큼이나 거칠게 웃어대며 반복되는 삶의 피곤을 이야기했다.
어떤 이들은 늘상 있는 일들을 안으로 삼키고 가공해 거짓 웃음을 만드느라 큰 고생을 한다.
그 지친 얼굴들을 보며 오늘도 내일도 서비스 서비스를 부르짓던 미사토를 상상했다.
맑은 날씨로 밝은 하루를 강요하는 건 삶과 우주의 가장 잔인한 농간이다.
잔뜩 날카로운 공기와 멍멍한 하늘과 찢어진 햇살 사이를 음악과 함께 걸으며
나는 모두에게 내가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승기가 부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낄낄.
살다보면/Diary /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