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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배고파

모처럼 근무오프를 내고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건만 비가 왔다 -.- (내가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비오는 날은 그냥 탱자탱자 휴일이나 별다를 게 없다.) 기분이 살짝 상할 만도 하지만 뭐 오랜만에 수나도 보고 영화도 보고 했으니 크-게 나쁠 거야 없지. 다만 지금은 내일 아침 일곱시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과 배가 몹시 고프다는 사실이 적절하게 겹쳐진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태다. 먹을 걸 사러 나갔다 오면 취침시간이 줄어들고, 그냥 잠들어 버리면 내일 웬종일 배고플 게 뻔한데 어쩌지? 아 이래서 집안에는 일용할 양식이 항상 구비되어 있어야 하는 건데. 쩝쩝.

(영화는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을 보았더랬다.)

+
결국 맥도날드를 사다먹고 오랫동안 잠못이뤄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오늘 만났던 수나는 초장부터 햄버거를 매우 먹고싶어하였다. 수나의 바람이 오늘 새벽 나의 부적절한 식탐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안끼쳤는지 참 모를 일이다. 비가 추적추적 잘도 온다. 잠자기 좋은 새벽이다. 역시 오늘 낮 근무를 빼는게 아니었다. 비오는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무덤에 들어가는 것보다 싫다. 무덤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싫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어느 쪽이든 그저 게으르다는 게 문제될 뿐이다. 난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성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이란 휘장은 달지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그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에 아직 신神적 사랑이 잔존해 있음을 증거하게 될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랑이란 게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서두, 어쩌면 그 때문에 한창 연애중인 사람이 재미없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아, 뒤틀리고 패배하고 비뚤어진 것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애정들은 모두 어디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걸까. 어쩌면 이런 밤에도 세상 어딘가에는 무저갱이 존재하고 악마 역시 안녕히 주무시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오는 새벽에는 거의 모든 것들이 편안히 잠든다. 잠들었으면 한다. 그러니 굿나잇. 내일도 안녕히. 내일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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