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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흠냐

1.
노무현씨 관련해서 뭔가 엄청나게 긴 글을 썼는데 별 영양가가 없어보여서 지웠다; 나는 인간 노무현이 죽은 게 많이 불길하고 슬프긴 한데, 그건 이 시대 들어서 너무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많아진 탓이 크다. 그런데 작금의 분위기는 흡사 민주주의의 신이 대중의 핍박 속에 세상을 뜬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사흘 후에 돌아와 먼 미래의 천국을 약속하고 홀연히 승천한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기만적 신앙고백이 넘쳐나니, 명계남씨의 짜증이 슬슬 이해가려고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유시민복음" 이 출간되기라도 한다면 나는 어쩌면 처음으로 이 나라의 수준을 의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2.
기막힌 타이밍에 이어진 북한의 행동들은, 객관적으로 상당히 작정한 도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묻혀버리고 있다. "휴전협정을 파기하겠다" 는 엄청난 선언이 튀어나왔는데 주가폭락도 없고, 라면 사재기도 없으니 조금은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 정말 "국민의식이 성장하여 성숙한 반응" 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한 안전불감증인건지... 전쟁이 날 수도 있을까? 지금 분위기로는 전쟁보다는 시민혁명을 걱정하는 편이 현명한 것 같다; 뭐 사실 클라우제비츠씨에 따르면 전쟁이란 다른 방법에 의한 정치의 연장일 뿐이니까 우리는 늘 전쟁 한복판에 있어왔는지도 모른다. 정말 그걸 깨달았다면 오늘날 남한의 이 고요한 반응도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3.
내일은 기대하고 고대하던 <마더>의 개봉일.

4.
여기저기 넘쳐나는 추모글 가운데 가장 맘에 들었던 박민규씨.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kirinshoof&artSeqNo=1389933&viewRepl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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