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더위가 강해지고 있다. 2006년부터였나, 나는 장마가 끝나고 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무거워져서 8월을 꼬박 누워서만 보내곤 했다. 여름은 기나긴 수면의 계절이었다. Wake me up when August ends? 뭐 작년 여름은 타의로 끌려다닌 일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곤 하지만, 올해 여름부터는 얄짤없이 과거로 회귀해 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다. 이제 팔월은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아 정말 여름은 어렵고 무겁다. 역시 난 차가운 도시남자. 겨울이 좋다.
...라지만 어제의 스케줄이 좀 말도 안되게 고달프긴 했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바람처럼 용산으로 달려갔다. 픽사의 <업> 을 조조로 상큼하게 끊어주고, 쌀국수로 점심을 챙긴 뒤에 형님의 이사행렬에 동참. 이라지만 이사짐이랄 게 별 거 없어서 도와줄 것도 없이 멍하니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공간은 암사동, 시간은 오후 세 시. 모처럼(인가) 서울에 올라왔는데 그냥 가기가 아까워서 어머님과 함께 서울 이곳저곳을 유람하기 시작하여... 서울에 살았던 4년동안 발끝도 담가본 적 없던 올림픽공원을 구경하고 암사동 하면 떠오르는 그곳, 암사동 선사유적지를 들른 다음 학교로 이동하여 차를 세워두고 (서울은 주차할 공간 찾는 게 일이다;) 저녁을 콩국수로 떼운 뒤 광화문으로 이동, 8시부터 계획되어 있던 광화문 광장 개막행사에 참가. 본격적인 휴가철이라서 수백만의 인파가 빠져나갔다는 서울에 아직도 할일없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다음 교보문고에 들러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및 <불안> 을 사들고 다시 학교로 가서 차를 찾아 고속도로를 타고 청주로 내려오니 시간은 새벽 두 시. 어제자 무한도전을 챙겨보고 잠에 들락말락하니 어언 네 시... 꼬박 23시간동안 한시간쯤 잔건가?
아악. 정말 이렇게 막 살아도 되는 건가; 머리도 무겁고 몸도 무겁고 세상도 무겁다. 비가 좀 왔으면 좋겠다.
*
그나저나 업Up 을 보고 나니 픽사란 집단에 대한 무궁한 질투심이 팍팍...
이 사람들은 왜 만드는 것 마다 걸작인 거지? 그나마 전작 <월-E>만하진 않아서 다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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