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그 사람들이랑 (약간의 멤버교체가 있었지만) 연례행사처럼 떠나던 여행을 또 다녀왔다. 한겨울의 물빠진 바다가 주말 내내 흐린 하늘과 겹쳐져 수평선도 지평선도 없이 하얀 덩이로 모호하게 세상을 뒤덮었다. 오가는 차도 없고 콕 찝어 아름다운 것들도 없이 텅빈 공간에서 차를 몰고몰고몰고 또 몰았는데, 항상 혼자만 있던 공간이어서 그런지 이래저래 많은 것들이 비현실적이드라. 뭔가 쫌 다른 세상으로 다녀온 기분? 모든 것이 다 끝난 후에 홀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문득 든 생각이다. 운전을 처음 시작한 이래로 7개월이 되도록 세시간이든, 네시간이든 늘 혼자였고 한번도 심심하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 사람들이 다 내린지 삼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별 수 없이 노래를 끄고 라디오를 틀게 되드라. 결국 뭐 사람을 반가워하는 마음이란 그 때 주파수에서 튀어나온 배철수씨의 목소리를 듣고 어쩐지 안도하게 되는 기분, 같은 게 아니겠나 싶었다. 나는 어쩔 때는 평생 혼자서도 의기양양하게 살 수 있을것만 같다가도 이런 사소함에 안도하는 나를 발견하고 씁쓸해진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훈련소에서 첫 편지를 받았을 때의 느낌이 가장 간절하게,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그 편지를 보내준 사람은 사실 굉장히 의외의 인물이었다능.)
그나저나 이제 그 사람들과도 슬슬 알고 지낸 연수를 해아려 보니 제법 되더라. 막 10년지기 친구 이런 거,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운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
사진(및 동영상)은 차차 정리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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