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같은 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게 어찌됐건, 사람들은 무수히 반복되는 영원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입에 담는 영원이란 단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신용을 주지 못하는 건, 결국 모든 단어란 것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반증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당신이 영원이란 단어를 믿느냐, 믿지 못하느냐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영원" 을 믿지 않는 사람은 끊임없이 고민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영원성이 상실된 삶이란 건, 카뮈가 말했던 것처럼, "진정한 철학적 명제는 자살 뿐" 일 테니까. 그러므로 사람들에 대한 나의 자포자기는 여하한 건강함을 획득하지 못한다. 진심을 추구하기에 앞서서 내가 위치한 자리를 명백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그것은 인본주의적인 명제로 환원된다. 어찌됐든 인간으로서의 삶이 중요한 건가? 의문을 가지기에 앞서, 더는 물러서고 소급하지 않을 자리를 뚜렷이 마크해 놓지 않으면 어디까지 물러서야 할 지 알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온종일 그렇고 그런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퇴근했다. 퇴근하자마자 잠들었다가 초저녁에 께어나니 이상한 평행우주에 홀로 버려진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군대에 의무적으로 오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듯, 이 세상에서 겪는 일들은 언젠가 그저 곱게 포장된 한 시대의 추억같은 것이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미래에. 훈련소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 될 시간의 한 복판에서 나는, 대관절 무엇을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걸까. 나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헤어질 날을 정해두고 연애를 진행해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난 그런 건 못한다. 함께하지 못할 것이 너무나 분명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안고 가는 것은, 나에게는 그냥 불가능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어느 세상에서나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고, 나는 그렇게 의미없이 봉인될 시간들 속에서 함께할 수 있는 몇 사람이라도 건져내는 것이 삶의 의의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렇게나 완강하고 견고하게 분리된 세상이란 것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한 적이 없다. 간신히 가닿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마음이 내가 손쓸 수 없는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것을 본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세상이 평행우주라고 이야기했다. 어디까지 물러서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씁쓸하다.
혼자서도 충분할 만큼 충만하게 살아가기엔, 나는 너무 착하려고만 한다. 그게 문제다.
'살다보면 > Diary / Journ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러가지 (0) | 2010.07.03 |
---|---|
어쨌든 과분한 (0) | 2010.06.30 |
야근과 운동 그리고... (0) | 2010.06.22 |
일기 (0) | 2010.06.21 |
음 (0) | 2010.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