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비루하지 않다! 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는 김탁구를 포기하고 우울함을 덜기 위한 전화통화에 매달렸더랬다
고작 맥주 두캔에 취해버리는 육신을 가지고 있다는 게 이럴 때는 참 편리하다
당면한 사건이 아니라 그와 관련한 모든 과거들이 한번에 쏟아져내리는 게 싫다
기분좋을 수도 있었던 모든 일들이 한순간에 뒤틀려서
결국은 다 잊어버리고 내 삶을 사는 게 정답이라는 식으로 귀결되는 것도 싫다
그런 식으로 잊어버린 일들을 나중에 되살려서 좋았던 추억이라는 식으로 왜곡해 버리는
그렇게 나약하고 편리한 식으로 왜곡되는 내 기억도 내 자신도 싫다
아직도 나는 우울하지만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모든 것이 바로잡혀 있길 바란다
무엇을 위해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래야만 한다는 거니까
가슴이 꽉막혀서 한시간에 한번씩 답답해온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