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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잠잠

- 간만에 부대에서 평안한 주말. 그러고보면 처음 임관했을 무렵 가장 싫었던 말이 "주말에 집에 안보낸다" 였거늘, 별일도 없이 금-토-일을 부대에서 보내면서도 그다지 괴롭진 않았다. 집에 가나 여기 있으나 뭐 별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이 세상에 마음을 두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사소한 차이일 뿐이다. (그때보다 숙소사정이 훨씬 쾌적한 탓도 있겠지;) 암튼 빨래하고 청소하고 늦잠자고, 나름 유익했다.

- 그래도 심심한 건 심심한 거고, 심심한 와중에도 마냥 시간만 죽이기는 싫다는 건 여전하다. 책도 사고 영화도 받아놓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정작 시간이 남으면 멍하니 앉아서 아무 것도 하기 싫으니 것참 미묘한 일이다. 게으른 거랑은 좀 다른 문제로, 어쨌든 나에겐 아직 사람이 필요한 만큼, 마음을 비우려면 좀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 사람 대하는 건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숱한 트라우마들. 해 줄 수 있는 건 어떻게든 해주려고 하지만, 상대방이 그걸 같은 무게로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잖아.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알려고 노력해서 알게될 리 없는, 진저리가 날 만큼이나 이기적인 사고방식.

- 어쩐일인지 마음은 편해졌다. 결국 주말마다 집에 간다는 사실이 최근의 나를 퍽이나 위태롭게 만들었던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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