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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감상

- "비록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라는 말로 운을 띄우는 사람을 적잖이 싫어하는 편이다. 이유를 복잡하게 말하자면 복잡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저 말을 앞세운 사람이 지난 대선에서 떳떳이 당선된 연후에 아직까지도 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 보다 간명하게 이 모든 불쾌감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 분이 당선 이후에도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는 잘 모른다" 라는 말을 앞세운 채 (정치인이 아니면 도대체 뭡니까;)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온갖 진지하거나 쓸만한 논의의 장들을 모조리 흙탕물 싸움 혹은 철 지난 "좌우의 대립" 이라는 프레임으로 봉인해 버리며 단순과격한 실용과 실천의 세상을 연 뒤에, 소통과 토론의 세상은 적어도 10년쯤은 과거로 퇴보해 버렸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탈정치를 선언함으로서 오히려 누구보다 정치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그 분의 치밀한 계산에 근거한 슬로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언제나 그 분이 악마나 사기꾼, 혹은 요정이 아닌, 그저 누구보다 평범한 보-통 사람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해왔으니까. 아직도 40%를 넘나든다는 그 분의 기묘한 지지율을 고려하자면, 그 분의 어떤 결점들은 오히려 이 사회의 보-통 사람들이 아직도 끌어안고 있는 결점들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비록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으로 시작하는 말이 많은 이들에게 잘 먹히는 이유도, 아마 이 세상이 지난 몇 년동안 수많은 전문가들과 그들이 내뱉는 전문적인 말들의 사투, 그리고 그 결과적인 허무함에 질식당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모든 무거움이 사멸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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