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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입만 번지르르

입만 살아있는 캐릭터로 연명한지 어언 5~6년은 넘어간 것 같지만, 나는 아직도 이 캐릭터의 본분과 마주할 때면 정말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왜 맘먹은 것들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가? 에 대한 대답은 아직도 숱한 변명거리들로 충실하게 채워져 있다. 시간 날때마다 그딴 것들만 생각하니 도리가 있나; 아무래도 내가 후천성 애정결핍에 이토록 독하게 시달리는 이유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답일 것 같다. 나라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방책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좀 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맘먹은 바는 빙빙 돌려서라도 어떻게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남들에게 좀 더 당당할 수 있었을 거라는 뜻이다. 이 당당하다는 말에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내가 누군가를 원한다는 사실을 그 사람에게 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의미 정도가 되겠다. 이 문제에 대해선 약 이틀 전에 누군가와 장시간 전화통화를 한 끝에 깨닫게 되었다. 나란 사람은 이제껏 지나치게 코가 큰 그물을 치고 원하는 고기가 낚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쓸데없이 징징대고 있었다는 것. 어쨌거나 인간관계란 것은 액션-리액션이 반복되어 적당히 유지되는 것일텐데, 나란 사람은 이 단계에서 먼저 액션을 행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지 못한 나머지 그저 소극적인 "호의" 를 선보이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뜻이지. 예컨대... 아니다 구체적인 예는 부끄러워서 못쓰겠다;

오늘 글이 뭐 이렇게 안써지냐. 뭐라고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입만 번지르르한 캐릭터 진짜 민망해서 더는 못해먹겠다, 싶어서 요새는 말수가 많이 줄었다. 아 진짜 이런 식으로 하나씩 포기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더하는 식이 돼야 좀 아름다운 젊은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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