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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돌아가기

이제는 슬슬 돌아가야 할 시기
3년 전 나는 다만 어디론가 먼 여행을 떠나는 것 뿐이라고 날 위로했고
이 모든 고행이 끝났을 때 다시금 나를 반겨줄 이들이 있을 거라 여겼지만
어쩌면 그렇게도 순진한 착각이었는지
저마다의 궤도를 찾아 떠난 이들의 사정이 알음알음 참으로 아름다워서
정말 몸서리쳐지도록 외롭다.

내일과 모레를 함께 의논할 친한 친구는
퍽이나 오래 전부터 내가 바라마지 않던 인간상이었는데도
어쩌면 인연이란 내 의지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배반하는지,
그나마 있던 이들도 멀리 머얼리 머어어얼리 멀어지고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곤 있지만
이 모든 건 도대체 얼마나 공허한 눈짓이던지
사람으로 도대체 뭘 어떻게 위로할 수 있다는 건지
그들이 나의 행복을 바라고 내가 그들의 행복을 바란다는 소박한 사실이
나와 그들과 우리의 행복에 도대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지
그리하여 모처럼 광속으로 주고받는 우리들의 안부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슬프지 않을 수 있다는 건지

오늘은 아스날이 바르샤를 이겼고
어제는 토트넘이 AC밀란을 이겼고
그러니 어쩌면 내일은 레알 마드리드가 리옹을 이길지도 모를 일이니
그저 해 왔던 대로 긴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안이한 것이었는지 알 것도 같지만
나는 내가 어째서 돌아갈 곳 없이 혼자여야만 하는지 이해하기도 싫고
한동안은 이해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어려운 일이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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