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 : 토니 스타크 (Tony Stark)
직업 : 스타크 인더스트리 (혹은 스타크 엔터프라이즈) CEO
능력 : 돈(...), 천재적인 두뇌와 공학기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 내는 특수갑옷 및 무기들.
숙적 : 만다린, 아이언 몽거, (한때) 블랙 위도우, 닥터 둠이나 울트론 등 어벤져스 공통의 적.
특이사항 : 잠재적 알콜중독에 시달림.
- 21세기 들어 본격화 된 마블의 헐리우드 공략작전에 있어 아이언맨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데, 마블이 직접 스튜디오를 차리고 영화산업에 뛰어들어 처음 만들어낸 영화가 바로 <아이언맨> 1편이기 때문이다. 개봉 전만 해도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일단, 주인공인 아이언맨이 세계적으론 듣보잡이었던데다가, 주연배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딱히 인지도 있는 양반이 아니었던 탓. 그리고 <스파이더맨2>가 대박을 터트린 후 한동안 슈퍼히어로 영화가 좀 잠잠하기도 했고... (아이언맨을 성공시킨 마블은 퍽이나 기뻤을 것이다. 고작 몇 달 후에 <다크나이트>란 괴물이 개봉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영화의 대성공에 힘입은 마블코믹스는 <아이언맨2>, <캡틴 아메리카>, <토르>를 줄이어 제작하는데, 작품당 적어도 4억 달러씩은 수익을 올렸고, 덕택에 일단 (어벤져스를 제하고도) 전부 다 속편이 계획되고 있다. 그뿐인가? 마블은 이참에 자사 히어로란 히어로는 죄다 꺼내다가 영화로 만들려고 작정을 한 것 같은데, 곧 닥터 스트레인지나 앤트맨도 영화로 제작된단 소문이...
- 요컨대 아이언맨은 마블에게 자사의 기존 캐릭터들에게도 현대적이고 범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준, 기념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후 제작된 토르나 캡틴 아메리카에게도 그런 경쟁력이 있다는 것엔 동의하지 못하겠다. 이것들이 한번 확 망해봐야...) 어쨌든 세계적으론 듣보잡이라 해도 마블 유니버스에선 오랫동안 중요한 위치에 있던 캐릭터이고, 꾸준하고 원초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있던 캐릭터니까 자신감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마블 입장에서는 (거의 어벤져스 예고편처럼 만들어버린) 토르나 캡틴아메리카와는 달리 '패키지로 팔지 않아도' 잘 나갈만한 카드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아닐까? 자칫 첫 제작부터 망쳤다가는 이후 영화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졌을테니.
- 그렇다면 이 히어로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 나는 몹시 전형적이란 점에 있다고 본다. 일단 아이언맨은 실질적으로 전지전능하다. 물론 설정상 토니 스타크는 평범한 사람이고, 갑옷이 있지 않으면 힘을 쓸 수 없지만 스토리상 이 점이 그렇게까지 큰 장벽이 되지는 않는다. 편의에 따라 자동차에 갑옷을 싣기도 하고, 가방으로 들고 다니기도 하고, 아니 심지어 첫 아머는 전쟁포로로 잡혀있는 상태에서 잡동사니를 두들겨서 만들었으니... 그냥 토니 스타크가 천재 공학자란 점만 더 강조시키는 설정이랄까. 대적하는 상대에 따라 갑옷을 개량시킬 수 있다보니 평범한 방법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적들도 "갑옷을 업그레이드했지롱!" 이란 한마디에 무력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시빌 워 당시 스파이더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이 설정에 크게 당했다.) 따지고 보면 갑옷보다는 머리가 좋다는 게 제일 큰 능력인 셈이다.
- 게다가 이 캐릭터는 배트맨과 비견될 만큼 돈이 많고, 사고방식이 몹시 현실적인 관계로 정치권에도 연이 넓어 수시로 권모술수를 부리는 데다가, 매우 영리해서 전략을 짜고 다른 히어로들을 이끄는 데에도 능수능란하다. 도대체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은 토니 스타크는 무려 성격까지 쾌활하고, 한편으로는 적당히 시크한데... 방탕한 과거 덕에 적절한 약점도 가지고 있어서 종종 잠재적 알콜중독에 시달리곤 한다. 이 정도면 토크쇼에 나와야 할 전형적인 셀러브리티 아닌가? 그래서인지 토니 스타크에게는 여타 히어로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팬덤이 존재한다. 그야말로 와웅 오빠 멋있어!... 라고 해 줄할 만한 히어로인 셈. 그에게는 가엾은 스파이디, 징그러운 울버린, 무서운 배트맨, 고리타분한 캡틴 아메리카, 따분한 슈퍼맨, 거룩한 토르 등등 그 어떤 영웅에게도 붙일 수 없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 아이언맨은 멋있다.
- 재밌는 점은 '멋있는' 아이언맨이 이야기 속에서 위기에 처하는 방식에 있다. 그는 매사에 자신감과 확신에 차있고 늘 거침없이 활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 자신감의 흔적들 때문에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곤 한다. 예컨대, 악당이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갑옷 기술을 훔쳐가서 세계를 정복하고자 한다던가, 알콜중독에 빠져 아머 운용에 실패하는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있다. 최근 시빌 워의 승리 이후 이어진 에피소드들에서는 회사를 빼앗기고, 이어서 자신이 만든 아머를 빼앗기고, 자신이 만든 데이터베이스와 자신의 기억 때문에 적에게 쫓겨 자신을 포맷해 버리는 (...)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영화로 개봉한 두 에피소드에서도 아이언맨의 적들은 모두 아이언맨의 기술을 응용한 악당들이었다. 심지어 그는 자기가 저지른 일 때문에 영웅활동에 뛰어들었다. 거대 군수업체 사장으로, 자신이 만든 무기들을 이용하는 악당들을 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아머를 만들고 적과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아이언맨의 가장 큰 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 토니 스타크의 자신감과 유능함이다. 다른 히어로들이 불의와 싸울 때, 아이언맨은 자기 자신과 싸운다. 아이언맨의 숙적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의 과거다. 그가 알콜중독이란 어두운 과거에 시달린다는 설정은 그래서 중요하다.
- 캡틴 아메리카가 미국의 과거를 대변한다면, 아이언맨은 명백히 미국의 현재를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시빌워에서 두 영웅의 대립은 그래서 상징하는 바가 많다. 게다가 이 이벤트는 마침 둘을 중재할 토르 - 신神 - 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벌어졌다.) 그는 막대한 자본력과 공업 생산력, 세계적인 정보망과 각종 신무기를 토대로 악을 정복하며 한편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리더쉽을 가지고 있는, '실질적으로' 전지전능한 존재이다.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고, 때로는 모든 히어로들의 설득을 만류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아이언맨이 바로 자신의 결정 때문에, 혹은 자신의 자산을 이용한 악당들 때문에 위험에 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가 길었지만 사실 아이언맨의 매력은 몹시 원초적이다. 과거의 영웅이 초월적인 물리력을 가진 인물 (슈퍼맨) 이었다면, 아이언맨은 자본력, 정치력, 기술력, 성적 매력을 두루갖춘 현대형 영웅의 전형인 것이다. 그러니 슈퍼히어로 붐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아이언맨은 차세대를 대표할 마블의 영웅 캐릭터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도무지 대적할 자가 없어 보이는 아이언맨이 자꾸만 자기 발걸음에 걸려 넘어지곤 한다는 것은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이것은 이 시대의 대중문화 창작자들이 무의식중에 던지고 있는 경고일 수도 있다.
- 사실 아이언맨의 이미지가 연예인과 겹쳐보이는 것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우라가 너무 큰 탓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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