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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또 일기

- 오늘 수영장 탈의실에서 있었던 일 : 수영복 뒷부분이 튿어졌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는데... 아마 사이즈가 살짝 타이트한 놈이라 바느질된 부분이 버티질 못했던 모양. 오늘은 탈의실 분실물; 수영복을 주워다 대신 입었고 튿어진 놈은 다시 꿰매긴 했는데 이거 영 믿음이 가질 않아서 고민이다. 어차피 길어야 한두달 더 할 것 같은데 삼사만원에 육박하는 걸 다시 사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수영 하다가 튿어지면(;) 그것도 곤란하고... 이건 뭐 불편한 것도 아니고 외설스럽잖아... 뭐 그래봐야 기껏 수영장 와서 남 엉덩이나 유심히 들여다 볼 사람은 없겠지만. (유심히 봐도 잘 안보인다 사실...)

 

- 뭔 바람이 불었는지 자소서가 순풍에 돛단듯 잘 써지길래 세 군데나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내가 '순풍에 돛 단듯' 써내려간 글이 딱히 사회 통념에 맞는 규격적인 글일 리는 없고, 정말 '자기 소개' 는 참 잘 하고 있는 글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인사담당 분들은 아마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을텐데, 아 이제 나는 정말 모르겠다. 거짓말은 원래 못하는 성격 (보다는 팔자에 가까운 것 같다) 인지라 지나간 구직의 나날들도 정말 간신히 간신히 버텨 왔는데, 이제는 그딴 것도 못해먹겠다. 안뽑을 거면 관둬 씨. 솔직히 써내려간다고 해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뭐. 조금 다행인 것은 내가 약간은 뻔뻔해졌다는 사실 정도인데... 뭐 잘난 걸 잘났다고 하는 것 뿐인데. 못난 걸 잘났다고 해 봐야 금방 들통나지 않겠소.

 

- 사실 세 군데 모두 임시직에 가까운 거라 대충대충 넘어간 감도 없지 않고...;; 사실 연락이 오더라도 걱정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서울부터 가는 게 먼저인가. 청주가 좀 답답하긴 해도 살아가기에는 참 편한데 말이지. 돈도 덜 들어가고... 고등학생때 했던 걱정을 다시 하고 있으려니 참 인생이 무상한 것 같다. 왜 나란 인간은 했던 결정을 다시 하는데도 망설이게 되는 것인가. 그것도 똑같은 이유로.

 

- 한동안 극심했던 우울함이 밀려가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되는 건 아니다. 참 지겨울 정도로 똑같은 패턴 되시겠다. 이제 조금 지나면 게임을 하고 기타를 치고 다시 우울해지겠지. 여하튼 생각이 많을 때는 레몬사탕이지... 가 아니라 옛날 사진을 보곤 한다. 오늘은 문득 20대 초반일 때의 내 모습이 궁금해져서 2004년~2007년의 사진을 뒤적거려 봤다. 헌데 한가지 함정은, 좀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내가 찍은 사진에 내가 나오는 일이 드물다는 것; 아마 2007년 무렵부터 이 사실 때문에 사진찍기에 회의를 느끼고 남이 찍어주는 사진을 스크랩 하는 일에 만족했을 것이다. 그 이후로는 군 생활 때문에 소흘했고... 한창 사진을 찍고 다니던 대학 초년생 때에는 사진을 날짜별, 연도별로 구분해서 폴더에 넣고 저장했었다. 그게 딱 2006년까지 지속됐다. 이후로도 틀은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데 뭐, 한편으로는 디지털 디바이스 환경이 급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 일상에서 사진을 찍을 만한 이벤트가 점점 없어지다 보니 맘처럼 되진 않았던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04, 05, 06년의 '사건 기록으로 가득 찬' 폴더를 열어보면 그래도 내가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어서 뭔가 뿌듯해지는 마음이 든다. 그게 07년부터 싹 없어져 버린다. 아니, 08년은 그렇다 치고 왜 07년에는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걸까??;;; 이해할 수 없다. 블로그 기록도 별 거 없고 사진도 없고 심지어 학점도 안 좋아. 4학년인데... 외계인한테 납치라도 당했었나... 학사장교 합격 말고는 아무래도 기억나는 게 없다.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연락하는 07학번도 전혀 없고 말이지. 아마 내 인생은 딱 이 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 같다.

 

- 사진을 찍자, 고 결심한 게 아마 작년부터. 그래서 그나마 작년과 올해는 좀 찍는 편이다. 아직 인생 길게 산 거 아니지만서두, 남는 게 기록밖에 없다. 여하튼 죽자사자 뭔가 남겨야 한다. 그래야 내 존재가 흐릿해지는 어느 시점에 문득 돌아볼 수 있는 거라도 있지.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설탕에 켜켜이 묻어/언젠가 너무 힘들 때면/꺼내어 볼 수 있게"

 

- 그때는 좋았었잖아. 뭐가 또 달라졌지?...

 

- 복날이라 삼계탕을 먹었고, 구천원짜리 스니커즈를 샀고 (신발이 구천원!), MBC 파업 종료 소식을 들었고 북녘의 김정은씨가 원수가 되었다는 중대발표를 들었다. 태풍이 북상중이고 지금은 비가 많이 온다. 그리고 또또 뭐가 있더라... 닼나이트 개봉이 내일이다. 아니 이제 오늘이구나.

 

- "그대의 어디를 움켜쥐어 잠시 멈춰있게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김기덕 영화 <시간>의 카피였던 것 같다. 영화랑은 전혀 별개로 말이 이뻐서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오늘따라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다들 힘은 내지 않아도 좋으니까 강박에만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이들이 잠깐동안 멈춰서 얘기를 나눠 볼 시간도 없이 뭔가에 쫓겨 허둥지둥 스쳐간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라디오스타에 나온 김영철은 이혼을 계기로 15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를 찾아간 이야기를 했고, 나는 영영 변치 않을 것만 같은 증오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기엔 너무 무력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튼 인생은 길고 사람은 변하는 법이다...

 

- ...라지만 나는 좀 너무 오래 멈춰있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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