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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더위와 올림픽과 기타등등

- 요새 넋을 놓고 있다보니 블로그에 손을 댄지가 좀 오래됐길래... 간단한 근황과 생각 기록만 몇가지.

 

- 일단... 덥다. 더워. 더워도 너무 덥다고!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이렇게 여름 같을 수가 있나. 좀 이기적인 거 아냐? 본격적으로 더워진지 이주일쯤 된 것 같은데, 정말 미춰버릴 것만 같다ㅠㅠ;; 아 진짜 더워 더워어어억! 작년 여름에는 확실히 비가 너무 쏟아지는 통에 더울 틈이 없었다 치고, 그 전에 있었던 여름 두 번은 워낙 시원한 산골에 틀어박혀 있어서 더위를 몰랐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몰상식한 여름을 맞이하는 게 거의 삼사년만인 것 같다. 가만. 이렇게 따지고 보니 내게 마지막 여름이었던 2008년에 나는 무려 진주와 대구에 있었는데... 심지어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4인 1실 숙소 시설에 살았는데... 역시 올해 여름이 이상하다는 심증이 정확한 것 같다.

 

- 사실 부천 영화제 이후, 7월 말~8월 초를 장식할 계획들이 몇가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일단 쓰던 소설을 마무리짓는 거였고, 이외에도 교육을 신청하고 워크샵에 나가고 스터디를 진행하고, 뭐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글도 쓰고... 수영도 하고 노래도 만들고 등등. 여하튼 꽤 많았는데 이 몰상식한 날씨 덕택에 모든것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물론 다시 한 번 멘탈에 타격을 입힌 또 하나의 탈락 사태도 있었지만...) 정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일단 이 폭염이 좀 상식적인 수준으로 돌아오거든, 그 이후에 뭐든 간에 진행해 볼 생각이다. 지금 글도 막 꼬여서 뭐랄까 제정신이 아닌데; 실제로 제정신이 아니고; 내가 더위에 원래 좀 약하고 추위에 강한 건 사실인데 올해는 진짜; 이건 아니잖아; 2006년 여름에도 방바닥에 들러붙어서 <X-파일>만 밤새 보다가 용케 살아남았던 기억이 있긴 한데 아무래도 올해 역시 비슷하게 돌아갈듯...

 

- 어쨌거나 최근의 허송세월에는 올림픽이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내가 평상시에도 스포츠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아닌 만큼, 이 인과관계에는 뚜렷하게 상식적인 설명이 존재한다 : 우선,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놓은 거실에서만 제정신을 차릴 수 있다. -> 거실에 오면 TV를 보게 된다. -> TV에서는 24시간 올림픽이 방영되고 있다. ->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인 시간은 새벽인데, 새벽에는 그나마 더위가 가셔서 제정신을 차릴 수 있다! -> 새벽까지 TV를 보면 낮에 자야 한다 -> 하지만 낮에는 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에어컨을 틀고 올림픽 재방송을 본다...

 

- ...아 뭔가 챙피하긴 하지만 뭐랄까 이보다 솔직할 수는 없는 설명이다;; 모르긴 몰라도 올해 런던올림픽 흥행에는 이 살인적인 더위가 한몫을 톡톡히 했을 거라고 본다. 낮에는 못놀고 밤에 놀아야 하는데 제대로 던져주는 유흥거리인 셈.

 

- 나의 올림픽 관전 포인트 : 결정적 승리의 순간에 기쁨으로 포효하는 선수들의 표정. 아무래도 난 그렇게 '소리를 지를 정도로' 격한 감정이 인간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한 모양이다. 난 암만해도 그렇게까지 기뻤던 적은 없는 것 같거든. 게다가 정말 짧은 순간 폭발하는 이 '격정' 은 정말 강한 에너지를 통해 많은 것을 설명해 버린다. 그 선수들이 4년간 얼마나 고생했는지, 또는 승부의 그 순간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이차저차하고 여차저차한 사정이 얼마나 구구절절하고 극적인지... 기자들이 죽어라 떠들어대는 것보다 승리의 순간에 선수들의 표정을 볼때면 덜컥, 하고 가슴에 와닿는 것이 더 크지 않은가. 이건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증상인 것 같기는 한데 선수들이 울면 괜히 나도 눈이 붉어지고 목이 메이고...;

 

-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만큼 분명한 기쁨과 좌절이 존재한다. 이것이 스포츠의 '분명한' 매력이다. 승과 패를 떠나서 모두가 축제로 즐기는 세계인의 제전... 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이런 건 사실 올림픽의 본질이 될 수가 없다고 본다. 스스로가 누리는 즐거움을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문화인의 자세라고 볼 수는 있겠지마는. 그러니 1등만 기억하고 승리자만 챙겨주는 일군의 문화를 경계할 필요는 있겠지만, 승부에 대해 너무나도 쿨한 태도를 보이는 건 또 그거대로 이상해보인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요컨대 원래 운동경기를 관전할 때는 (일부러라도) 적당히 흥분해 주는 게 정상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응원하는 팀이나 사람이 분명히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고... 요새 들어 '외국에서는 안그러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올림픽을 너무 요란하게 보고 어쩌구 저쩌구' 운운하는 소리를 종종 접하게 돼서 든 생각이다. 옆집 애들 하는 걸 보고 무작정 자기집을 촌스러워하는 건 일단 전형적인 중이병 증상이라고 본다. 대체 뭐라고 해 줘야 하나? 아 그래, 쿨하지 못해 더럽게 미안하다. 뭐 이렇게?

 

- 게다가 '재벌의 수혜성 후원을 받고 국가주의의 혜택을 정면으로 받는 운동선수들은 과연 이것들을 반대하는 진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 어쩌구 저쩌구' 같은 소리를 들으면 그만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는데... 내가 할일이 없어서 너무 이상한 소리까지 듣고 사는 건지 아니면 정말 한국이 너무 정치과잉으로 가고 있는 건지. 정말 박태환 장미란한테 엠비아웃 표찰이라도 들려주면 속이 시원하겠소.

 

- 하긴 이런 작자들은 한때 이른바 '종편에 부역한' 연예인 리스트를 뽑아냈던 전적도 있더랬다. 아흐 정말.

 

- 기타등등? 대관절 노래가사는 어떻게 쓰면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 건지 고민중. 하필 바다로 엠티를 떠나기로 한 토요일에는 왜 태풍이 북상한다는 건지 고민중. 간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은 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건지 고민중. (여기서는 신화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 대해 깊은 성찰을...)

 

- 하지만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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