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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에

글을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모순되는 말을 적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예컨대 이런 거다


XX제국은 급속히 세력을 불려 수많은 민족을 지배하게 되었으나 피지배민족에 비해 지배민족이 수적으로 매우 적었다. 그래서


-> 자민족 제일주의를 펴고 반항하는 애들은 모조리 짓밟아버렸다.  / 그리하여 제국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 피지배민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철저히 능력 위주로 높은 관직에 임용하기도 했다. / 그리하여 제국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 자민족 제일주의를 펴고 반항하는 애들은 모조리 짓밟아버렸다. / 그리하여 반란이 들끓었고 제국은 곧 망했다.

-> 피지배민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철저히 능력 위주로 높은 관직에 임용하기도 했다. / 그리하여 XX제국은 어느 순간 소멸했다.



또 하나



도시의 발달, 교통의 발달과 더불어 상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이 상인들이 사용하는 화폐로 각광을 받았다. 금과 은은 언제 어디서나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 지폐의 사용이 시작되었다. 지폐는 금속에 비해 부피가 작고 가벼워 가지고 다니기 쉽기 때문이다.




...이 서술들이 필요에 따라서 다 쓰일 수 있다니 거시사 서술이란 이 얼마나 편의적인 것인지 참.

이게 다 디테일을 일일이 적을 여유가 없어서 벌어지는 문제다. 그러니까 사실은 애초에 저런 접근법이 틀린 것인데

문제는 저 서술 중 하나만 봤을 경우에는 뭐가 문제인지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거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식의 빅-히스토리라는 게 어중이떠중이가 접근할 경우에는 몹시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일전에 생각한 적 있는데 학문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적용되는 규칙과 일관성을 발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으며

그때그때 눈앞에 놓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꺼내는 말은 그냥 자기합리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