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창한 제목은 한 십 년쯤 더 지난 후에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고민의 지점이 바뀐다. 이건 뭐 빅데이터로 증명된 바이니까 따로 부연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20대 초반이 연애, 인간관계, 진로 같은 것이 주된 고민 키워드로 잡힌다면 30대 중후반으로 오면 부동산, 재테크, 직장생활, 결혼과 육아 등이 주된 고민 키워드로 바뀌는 식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생이 이 키워드가 바뀌는 것처럼 그다지 잘 정리되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늘 뭐 하나 해결되는 일 없이 질질 끌려가듯 임시방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고, 이대로 십수년쯤 지나고 나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까, 끙끙대다가 문득 뒤돌아 보면 그냥 그렇게 지리멸렬한 것이 나으 인생이었다... 는 식으로 한 세월이 별 기별도 없이 깔끔히 박제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식이다.
니체였나 키에르케고르였나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무튼 잔병치레가 엄청나게 잦았던 어떤 철학자가 건강에 대하여 이야기한 말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인간들은 건강한 것을 정상 상태로 알고 질병을 비정상 상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결코 그렇지 않고, 인체는 항상 무수한 질병을 상대로 싸우고 있으며, 그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 빚어진 비정상적인 상태가 오히려 건강한 삶이라는 거... 그러니까 건강하면 고마운줄 알아라 정도로 그쳤으면 뭐 그냥 평범한 꼰대였겠지만 (;;) 이런 성찰이 인생의 어떤 장을 넘어서는 데에 적용되는 지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컨대 삶의 본질이 투쟁이 아닌가 싶다는 깨달음? 그러니까 세상 맘처럼 풀리는 일이 없다고 너무 화내지 말아야지. 원래 그런 거다! 성질나게 꼬인 매듭 풀어 보려고 끙끙대다 보면 그냥 세월 지나고 새로운 매듭이 눈앞에 주어지고 또 그거 풀다가 한 세월 다 가는 거고...
꼰대들이 젊은이들에게 훈계질하려 드는 게 정확히 이 부분이다. 자기들도 다 겪어봤던 일이니까 뭔가 한 마디씩 해 주고 싶은 거지. 이 시점에서 흔히 나오는 항변이 "당신들의 고민과 우리의 고민은 다르다" 는 것이며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세월이 꽤 길었다. 근데 요새 생각하면 그게 딱히 그렇진 않고, 사람의 본질이란 게 쉽게 변하는 게 아니라서 결국 고민의 본질도 십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경우가 많은 것 같긴 허다... (*물론 본질만 같고 맥락은 다르겠지만. 편지를 쓰다가 문자를 쓴다거나) 진짜로 주의해야 할 점은 그 누구도 절대 해결책을 알지 못한다는 점인 것 같다. 그냥 어쩌다가 운이 좋았던 사람이 있을 뿐이고... 뭐 해결책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서두.
결론은 뭐랄까, "문제는 항상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터지기 때문에 미리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살다보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은 얼마나 연약한가 (0) | 2020.06.14 |
---|---|
블로그란 무엇인가 (0) | 2019.11.05 |
이런저런 (0) | 2019.03.27 |
명절의 넷플릭스 (0) | 2019.02.07 |
즐거운 생각을 하자 (0) | 2019.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