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다보면

이런저런

- 헐, 어쩌다 3월도 막바지로 달리고 있는 걸까...

- 경제 생활을 시작한 이래 전례없이 수입이 많았던 달이라 (연말정산+상여금+연봉 인상분) 그만큼 지출도 많았더랬다. 그래봐야 대부분 빚 갚는 데에 여지없이 투입하긴 했지만. (물론 엄청난 고뇌를 거쳤다...) 원래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고, 빚갚는 것 이외에 늘어난 지출이 어디에 들어갔는지 곰곰이 따지다보니 역시 그 대부분이 옷값이라는 점이 좀 많이 의외라서. 가장 큰 원인은 신발을 세 켤레나 샀다는 점이고 (이것도 다섯 켤레쯤 사려다가 실패한 거지만...) 그 외에도 자잘하게 사 모은 의복이 제법 된다. 언제나 문제는 이렇게 옷을 사도 막상 입을 옷이 없다는 거지만.

- 한가지 크게 깨달은 점은 이른바 '문화생활' 지출이 나의 한 달 지출의 2퍼센트도 채 차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영화를 덜 봐서 그런 탓이 크긴 하지만, 그나마 이번 달은 책을 이것저것 지른 편인데도 이 지경이니... 이 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에서 문화생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보면 그건 또 얼마나 암담할까? 0.1 퍼센트는 차지하려나? 새삼 내가 그 콩알만한 지출에 어떻게든 목을 매어야 밥벌이를 할 수 있는 미래로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정말인지 숨이 턱턱 막혀왔다. 허이구야.

-책을 만들어 파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열어서 내 책을 '구매' 하기를 바라게 되지만, 사실 '소비자가 직접 주머니를 열어서 소비하는' 문화시장이라는 게 상상 이상으로 파이가 적다. 한달 밥값 지출이 문화생활 지출의 스무배를 가볍게 넘어가는 게 현실이니까. (*사실 바로 근방에 있는 '교육 시장'으로 타겟을 바꾸면 또 말이 달라지지만.) 이게 딱히 우리나라만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이 시대에 유독 그렇게 된 것도 아닌 것 같고, 원래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등등 문화에 돈을 쓴다는 건 유사 이래 늘 사치의 영역이었고 아주 극소수의 괴상한 사람만이 향유하는 취미였으니까. 사실 뛰어난 예술적 영감 (=콘텐츠 창작 능력) 과 대중적 인기로 돈을 벌어 산다는 사람들의 그 '돈' 이 소비자에게서 직접 온 경우는 매우 드물지 않은가? 부유한 스폰서 혹은 광고주가 있기 마련이지...

- 어쩌다 보니 또 세계사 책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나는 '유럽 열강' 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매오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열강이라 해 봐야 사실 몇 나라 안되는데 뭘 이런 단어로 뭉뚱그리나 싶어서 그렇다. 제국주의 유럽 열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의 팔할 이상은 영국 프랑스가 한 짓이고, 여기에 추가로 네덜란드 한 스푼 정도를 더하고 나면 나머지는 죄다 쩌리에 불과하지 않은가. 아니 물론 스페인이랑 포르투갈, 미국, 벨기에, 그리고 독일이랑 러시아까지 더할 수도 있지만 그래봐야 아홉 나라다. 물론 동양사 배울 때야 아홉 나라 구분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서두 그래도 명색이 '세계사' 인데, 그리고 이 아홉 나라 (+오스트리아) 가 무슨 춘추오패 전국칠웅처럼 사라진 나라도 아니고 중세 이후 서양사에서는 지겹도록 언급되는데다가 (벨기에가 좀 갑툭튀이긴 하지만) 요즘까지도 잘 나가는 나라들인데 이 정도는 구분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 근데 뭐 '영국이 섬나라인 게 상식인가요?' 같은 질문도 통용되는 세상인데 저 구만리 먼 구석 유럽의 아홉 나라를 구분해서 기억하라는 게 좀 과도한 요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살다보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듦에 관하여  (0) 2020.02.17
블로그란 무엇인가  (0) 2019.11.05
명절의 넷플릭스  (0) 2019.02.07
즐거운 생각을 하자  (0) 2019.01.14
얼마만의 포스팅인지  (0) 201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