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르겠다는 말을 하려다 보니 바로 몇 안되는 아래에 '아듀 2017'이 있다. 정말 일 년에 한 두번 쓰고 있구나.
- 사실 이렇게까지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건 아니었고, 뭔가 글을 남기려다가 완성 직전에 지워버린 적이 꽤 많았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완성 직전에 '굳이 왜?' 라는 질문이 떠오르면 그 허무함을 좀처럼 이기지 못했던 탓이 크다. 허나 언제나 그랬듯 이렇게 연말이 되면 1년 간 뭘 했는지 알려줄 부표같은 게 필요하단 생각은 든다. 뭐 대단한 생각과 사건은 아니더라도 그냥 올해 여름은 참 더웠다! 이사를 했다! 새 책상을 샀다! 새 TV를 샀다! 이런 거 정도라도 있으면 좋잖아... 그래서 작년에도 일기를 쓰자고 했던 거 같지만.
- 올해는 유난히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많이 한 거 같다. 사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이따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 이면에 나름대로 깊은 고충과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넘긴 적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올해 들어서 그 '어른'들의 의아한 행동 이면에 아주 얄팍한 생각 말고 별다른 게 없다는 걸 많이 느껴서 그렇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 마음 속에 어린아이가 하나씩 들어 있는데 다들 그 아이를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철이 들지도 못해서 아등바등대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요즘 그걸 알면서도 모른척 해 주거나 서로서로 잘 보듬어 안아 주는 것이 어른의 사랑이자 사회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그 아이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사전에 잘 단속하는 것이며... 그것이 이른바 세상을 사는 예의가 아닌가 싶다. (이러면 뭔가 순자스러운데)
- 요새 회사 일을 제외한 모든 여력은 취미생활- 댄스와 수영- 에 쏟고 있는데 사실 내 인생을 통틀어서 몸쓰는 일에 이토록 정신을 쏟았던 적이 없어서 여러모로 고달프다. 일단 몸을 쓰는 일은 몹시 정직하다. 연습한 만큼 실력이 되고 실력은 고스란히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연습을 쉬는 순간 모든 것이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연습이 실력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아직 이런 얘기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ㅠ) 이걸 참 재밌어 하는 사람들은 몸쓰는 일에 빠지는 모양인데 나는 가끔 좀 무섭고 과장 좀 보태서 절망도 느낀다. 참으로 직접적인 문제이지만 몸도 여기저기 고달프고...
- 그래봐야 취미일 뿐인데 그렇게 용쓸건 뭐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실제로 그런 생각으로 취미를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서두 나는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아예 세상 모든 일을 하기가 싫어진다. 사실 '그래봐야'라는 말은 의외로 취미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회사 일에도 적용되며 (그래봐야 회사 일일 뿐인데~)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며 (그래봐야 남 일인데~) 게임에도 적용되고 (그래봐야 게임인데~) 여하간 세상만사 삼라만상에 적용된다. 극단적으로는 아마 그냥 살기가 싫어질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여하튼 쓸데없는 일에 매달리는 에너지가 지금껏 나를 살게 해 온 힘이다, 나는 최근에 뭐 그런 결론을 내렸더랬다. 경험상 이런 오기? 같은 게 많은 사람일수록 컴퓨터 게임 같은 걸 좋아하더라만. 사람에 따라 이런 에너지가 제로에 수렴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뭐 그렇다. 세상 참 편하게 사는 거 같아서?...
-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인데 또 댄스 얘기만 왕창 하고 끝내게 생겼네 (;;)
- 대략 2013년부터 내 삶의 앞날은 늘 오리무중이었는데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금껏 해왔던 일이 전부 끝나버린 탓에 이제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정말 하나도 아무 것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그다지 희망적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 정도... 진짜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겠는 기분으로 새해를 맞아도 되는 건가.
'살다보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절의 넷플릭스 (0) | 2019.02.07 |
---|---|
즐거운 생각을 하자 (0) | 2019.01.14 |
아이들 (0) | 2018.07.25 |
사소한 자격지심 (1) | 2018.06.26 |
2016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불평불만 (0) | 2016.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