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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들/소설

Juliet and Paris


영지로 돌아가기 전 날 밤이었다. 아버님은 나를 안채로 조용히 부르셨다.

 

베로나에 가거든 너와 혼인을 맺기로 한 처자가 있을 게다. 캐퓰릿가의 줄리엣이라고 한다. 어른들끼리는 다 이야기가 된 참이니 가서 인사도 하고 혼인 날짜도 정했으면 좋겠구나. 요사이 봄날 볕도 좋으니 되도록 빨리 했으면 어떨까 싶은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혼인이요?”

그래, 혼인.”

아버님. 저는 아직 결혼에는 생각이 없습니다. 어떻게 저한테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나이가 찼는데 소식이 없으니 알아본 게 아니냐. 어차피 나중엔 나한테 감사하게 될게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제가 결혼할 사람은 제가 직접 정하겠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 그랬지. 그리고 나는 그때마다 세상에는 자기가 원하는 때에, 사랑하는 사람과, 절실한 이유로 결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그거랑은 전혀 다른 얘기 아닙니까. 제 이야기는, 적어도 제 결혼 상대방은 제가 직접 정하겠다는 겁니다. 제가 엄청난 욕심을 부리는 겁니까?”

당연히 엄청난 욕심이지. 왜인지 알고 있냐?”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럼 일단 가보고 결정해. 그래도 안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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