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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들/소설

Inside of Dream

I.

꿈을 꾸었다. 네가 죽는 꿈이었다. 인도양 상공을 이만 오천 피트에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 네가 타고 있었다. 어둠이 깔린 하늘과 검고 고요한 바닷물의 경계에서 모종의 신호처럼 반짝이는 규칙적인 불빛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마치 사방이 스크린과 침묵으로 가득한 우주적인 영화관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발밑에는 구름이 깔리고 고개 위로는 달이 빛났다. 이상 난기류나 포악한 기상현상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한밤의 비행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아름다울 고요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불안함을 내포한 침묵이었을 것이다. 갑작스레 거대한 풍경에 내팽개쳐진 내 마음은 그 중간쯤에 서 있었다. 내 마음은 스스로 만들어 낸 꿈속에서도 아무 것도 예측하지 못했다. 나는 그 무력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풍경은 내 무력함과 관계없이 서서히 비행기를 향해 클로즈업을 시작했다. 아무 것도 없는 허공, 그 위에 떠 있는 구름들, 그리고 정지된 듯 수백 노트의 추력을 내뿜는 제트엔진, 그런 것들이 흘리는 규칙적인 소음이 마침내 귀에 들릴 무렵, 나는 너의 집에 있던 낡은 냉장고를 떠올렸다. 너는 유독 잠귀가 밝았다. 신경이 예민해진 날이면 새벽녘 웅웅대는 냉장고 소음에도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깨어나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흐느끼기도 했다. 내가 너의 숨죽인 흐느낌을 얼마나 많이 껴안아 줄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모든 것이 발하는 빛과 모든 것이 내는 소리가 유독 거대한 의미로 다가오는 그 새벽에, 초라한 추방자처럼 잠에서 깨어나 하염없이 잠든 이들을 내려 봐야만 했던 거대한 고독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냉장고 소리를 내는 비행기 안에서, 너는 수면안대를 낀 채 자리에 누워 있었지만, 필연처럼 잠들지 못한 너의 미세한 뒤척거림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아마 나뿐이었을 것이다. 수면등만 켜진 어두운 비행기 안에서, 너를 제외한 모든 승객들은 거짓말처럼 곤히 잠들어 있다. 너는 귀마개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나지막한 소음을 견디지 못해 몸을 조금씩 움찔거리다가 기어코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기체 허리춤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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