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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들/소설

Ghosts of you

이 편지는 행운의 편지입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그래요, 당신이 무슨 생각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혹 미신이라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끝까지 읽어보세요.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니까요? 당신은 아마 이전에도 비슷한 편지를 받은 적이 있을 겁니다. 무시하고 뭉개버린 지 4일이 아니라 4년, 혹은 40년이 지났는데도 특별한 불운 같은 건 찾아올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는 분도 계시겠죠. 혹은 그 편지의 내용을 믿고 4일 안에 7명의 사람들에게 편지를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운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확실히 맹세해 드리죠. 이 편지는 진짜 행운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됐다는 그 ‘첫’ 행운의 편지를 작성하고, 글귀에 영원히 지속될 마력을 불어넣은 장본인입니다.

원작자로서 자신 있게 말하는데, 당신들이 받았던 편지는 죄다 가짜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가 마력을 불어넣은 진짜 행운의 편지는 1963년 케네디 암살사건을 마지막으로 이렇다 할 효력을 발휘한 적이 없어요. 그래요. 그 가짜 편지에도 명시된 그 사건 말입니다. 대충 짐작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 저는 이 편지를 두 번 개정했습니다. 1930년 복권 당첨 사건이랑, 1963년 케네디 암살사건 때 말이죠. 그런데 원본을 개정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가짜도 똑같이 개정을 해 버리더군요. 전 그네들의 작태가 너무 치졸해서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원조 맛집은 진짜 원조나 100년 전통의 원조란 간판을 달지 않아도 빛을 발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엔 맛집 블로그는 수없이 많아도, 원조 행운의 편지를 감별하는 블로그 같은 건 없더군요. 당신들을 비난하는 건 아닙니다. 애초에 보통 사람들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편지일 뿐이니까요. 설령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줄 아는 마법사가 제 글을 읽는다고 해도, 미치지 않은 이상 그걸 섬세하게 분석해서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진 않을 겁니다. 데미지도 어마어마할뿐더러 정체가 발각되는 순간 테크노크라시들이 미친개처럼 달라붙을 테니까요…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어쩌면 소용없는 짓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마지막으로 개정판을 한 번만 더 내 보기로 했습니다. 저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게 아니라 그냥 짜증이 나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당신들이 제 말을 믿고 주변 사람들에게 뜻밖의 행운을 전파하건 말건, 그건 이미 제겐 100년이나 지난 관심사일 뿐입니다. 저는 그냥 진짜가 가짜를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겁니다. 확실히 해 둘까요.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더 믿어보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 속는 셈 치는 순간 당신들은 이미 속은 겁니다. 당신들은 저를 믿어야 합니다. 제가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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