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행운의 편지입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그래요, 당신이 무슨 생각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혹 미신이라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끝까지 읽어보세요.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니까요? 당신은 아마 이전에도 비슷한 편지를 받은 적이 있을 겁니다. 무시하고 뭉개버린 지 4일이 아니라 4년, 혹은 40년이 지났는데도 특별한 불운 같은 건 찾아올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는 분도 계시겠죠. 혹은 그 편지의 내용을 믿고 4일 안에 7명의 사람들에게 편지를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운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확실히 맹세해 드리죠. 이 편지는 진짜 행운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됐다는 그 ‘첫’ 행운의 편지를 작성하고, 글귀에 영원히 지속될 마력을 불어넣은 장본인입니다.
원작자로서 자신 있게 말하는데, 당신들이 받았던 편지는 죄다 가짜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가 마력을 불어넣은 진짜 행운의 편지는 1963년 케네디 암살사건을 마지막으로 이렇다 할 효력을 발휘한 적이 없어요. 그래요. 그 가짜 편지에도 명시된 그 사건 말입니다. 대충 짐작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 저는 이 편지를 두 번 개정했습니다. 1930년 복권 당첨 사건이랑, 1963년 케네디 암살사건 때 말이죠. 그런데 원본을 개정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가짜도 똑같이 개정을 해 버리더군요. 전 그네들의 작태가 너무 치졸해서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원조 맛집은 진짜 원조나 100년 전통의 원조란 간판을 달지 않아도 빛을 발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엔 맛집 블로그는 수없이 많아도, 원조 행운의 편지를 감별하는 블로그 같은 건 없더군요. 당신들을 비난하는 건 아닙니다. 애초에 보통 사람들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편지일 뿐이니까요. 설령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줄 아는 마법사가 제 글을 읽는다고 해도, 미치지 않은 이상 그걸 섬세하게 분석해서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진 않을 겁니다. 데미지도 어마어마할뿐더러 정체가 발각되는 순간 테크노크라시들이 미친개처럼 달라붙을 테니까요…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어쩌면 소용없는 짓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마지막으로 개정판을 한 번만 더 내 보기로 했습니다. 저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게 아니라 그냥 짜증이 나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당신들이 제 말을 믿고 주변 사람들에게 뜻밖의 행운을 전파하건 말건, 그건 이미 제겐 100년이나 지난 관심사일 뿐입니다. 저는 그냥 진짜가 가짜를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겁니다. 확실히 해 둘까요. 속는 셈 치고 한 번만 더 믿어보라는 말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 속는 셈 치는 순간 당신들은 이미 속은 겁니다. 당신들은 저를 믿어야 합니다. 제가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쓰고 보니 별 설득력이 없는 얘기 같군요. 일단은 제 편지를 똑같이 복제해서 사방팔방에 뿌려댄 그 작자들에 대해서 말하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들이 정확히 무슨 목적과 신념으로 움직이는 작자들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제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그들은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똑같은 짓을 자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제 사부님의 사부님이 갖고 계시던 기록입니다. ‘위대한 분께서 눈을 떠 첫 태양을 밝히시니 이를 시기한 유령들이 두 번째 태양을 만들었다. 이에 격노하신 그 분이 세 번째 태양을 밝히시니 유령들은 이를 또다시 흉내 내어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의 태양을 만들었다. 그늘진 낙원으로 매시간 빛이 스며들어 어리석은 인간들이 기뻐하였다. 위대한 분이 이를 보시며 크게 실망하시더라.’ 이게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태양은 원래 하나였습니다. 지금처럼 별 볼일 없는 불덩이 따위가 아니라 진정한 생명과 환희로 가득 찬 빛의 근원이었죠. 그런데 이 ‘유령’ 이란 작자들이 창조주를 흉내 내서 시시때때로 가짜 태양을 띄우기 시작한 겁니다. 창조주도 저처럼 짜증이 났는지 한 번쯤은 개정판을 냈던 것 같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인간들이 좋아한다는데. 기록을 더 살펴보건대, 결국 오늘날 진짜 태양은 더 이상 뜨지 않습니다.
앞서서 제가 여러분에게 말했을 겁니다. 저를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뜻있는 누군가가 창조주께 간절한 기도를 드린 끝에, 감복하신 창조주께서 저처럼 파이널 에디션 태양을 띄우기로 했다고 해 봅시다. 기도를 드렸던 사람은 아마도 이제야 진짜 태양이 떠오른다고 홍보에 열을 올릴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속는 셈 치고’ 그걸 믿어보기로 한다면? 파이널 에디션은커녕 궁극의 파이널 에디션 태양이 뜬다손 치더라도 여러분은 아무런 차이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 다음 날이면 유령들이 그걸 그대로 흉내 낸 또 다른 태양을 띄울 테니까요. 이 작자들이 창조주의 위대한 손길도 흉내 낼 수 있는 거냐고 물으실 텐데, 진정한 생명과 환희라는 거, 생각보다 조작하기 쉽습니다. 당신들은 너무나 나약한 주제에 자존심은 유달리 강한 짐승이기 때문에, 어떤 사실이든 바깥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거라고 생각해 버리는 습성이 있거든요.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진짜 태양이 뜨는 아침이라고 해봐야, 당신들 입장에서는 그냥 평소보다 유난히 맑은 아침일 뿐이니까요. 편지를 보내서 행운이 온 게 아니라 내 노력의 대가로 마땅한 결과가 뒤따랐을 뿐이고, 편지를 안 보내서 불운이 찾아온 게 아니라 그냥 운수가 안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마 딱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이쯤 되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어차피 창조주가 만든 태양이나 ‘유령’ 이란 작자들이 만든 태양이나 내가 느끼기엔 별다를 게 없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 거냐고. 확실히 대답해 드리죠. 문제가 됩니다. 제 원본 편지에는 분명히 마력이 있지만 복제본 편지에는 마력이 없다는 걸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근거란 것이 당신들의 알량한 믿음밖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둘 사이에는 절대로 뛰어넘지 못할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묘한 것은 여러분이 그런 차이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짜로 차이가 없어져 버린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저는 제 편지가 지구를 수십 바퀴 돌면서 얼마나 많은 기적을 뿌리고 다녔는지 상세히 알지 못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그걸 제 편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앞선 개정판에 수록된 1930년과 1963년, 두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십니까? 이건 타임 패러독스와 온갖 데미지들을 무릅쓰고 시공간을 수없이 돌아다닌 끝에, 사람들이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일 법 한 사건들만 뽑아놓은 겁니다. 이외에도 비교적 알아내기 쉬웠던 자잘한 사건들은 제법 있어요. 집나간 강아지가 제 발로 돌아온다던가, 우연히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초기 암세포가 발견됐다던가, 기말고사 전날 일찍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시험장에선 주사위만 굴렸는데 절반 이상 정답이었다던가… 그런데 그럼 뭐합니까? 사람들이 믿질 않는데. 그러다보니 이젠 원본 편지를 받건 복제본 편지를 받건 편지에 있는 지시대로 하는 사람이 없어요. 결과적으로는 분명히 좋은 뜻으로 만들었던 제 마법도 스리슬쩍 사라지게 되는 거죠. 이런 일이 어디 제 편지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령’ 들이 정말 유령처럼 정체를 숨긴 채 어디 천 길 심연에서 암약하는 악마쯤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천만에요. 유령은 유령일 뿐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생기는 바로 그 유령. 그리고 제 눈에는 이미 당신들의 유령도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죽은 사람들이 이승에서 한을 못다 푼 나머지 이딴 짓을 하고 있단 말은 또 아니고… 제 사부님의 사부님이 남기신 기록을 한 번 더 꺼내야겠군요. 기록에 따르면, 비록 당신이 멀쩡히 숨을 쉬고 자가 증식 및 치유 능력도 갖추고 있으며 적당한 영양분만 공급되면 자연히 자기 내부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유기화합물, 그러니까 테크노크라시들이 흔히 말하는 ‘생명체’ 라 할지라도, 당신은 이미 생명을 잃고 유령이 되어버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창조한 존재에 숨결을 불어넣고 하늘 아래 유일한 것이라 칭하시니, 이에 세상은 오롯한 것들로 가득할 것이며 숨결을 잃은 것들은 유령이 되어 그림자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 하시더라.’ 그러니까 당신 내부의 ‘오롯함’을 지탱하는 무언가가 모종의 이유로 사라져 버리고 난 후라면, 당신이 죽건 살았건 상관없이 당신은 이미 유령입니다. 그리고 저의 짜증을 유발하고 있는 그 복제꾼들과 한 패거리이기도 합니다. 좋게 말해서 한 패거리라는 거고, 좀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그 작자들에게 놀아나는 똘마니에 불과합니다.
천지창조와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지나치게 저만의 종교적 믿음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됐으니 곰팡내 나는 기록은 이쯤에서 그만 보도록 하죠. 이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당신은 이런 생각 해 본적 없습니까? 나는 분명히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긴 한데, 사람들은 자꾸 나를 보면서 엉뚱한 사람을 찾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한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자신의 생명이 공격받는 순간을 확실하게 인지한 겁니다. 그래요, ‘진짜’ 당신을 공격한 유령이 이미 있었다는 거죠. 공격방식은 제 편지가 복제되는 방법이랑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치밀하고 또 정교하게, 당신이 느끼기에도 별다른 위화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당신과 똑같은 가짜를 만들어서 세상에 전시하는 거죠. 저 같은 사람은 그런 공격의 순간을 확실히 인지하고, 가짜를 잡아다가 고문하거나 불태워 버리는 일이 가능합니다만, 여러분 같은 보통 인간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예 공격을 받는지도 모르고 생명을 빼앗겨 버리는 게 보통이겠지만, 공격을 인지했더라도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뿐입니다. 난 그런 사람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그런 사람이기도 하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 당신이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서 전자를 선택했더라도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합니다. 유령들은 집요한데다가 그 숫자도 어마어마하니까요. 공격은 언젠가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의 순간, 진짜 당신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유령들이 만들어낸 가짜가 그 자리에 들어앉을 겁니다. 당신은 가짜의 몸으로 걷고 가짜의 머리로 생각하고 가짜의 입으로 음식을 삼키겠지만, 뭔가 중요한 걸 잃어버렸다는 기분이 들더라도 또 그놈의 못된 버릇 때문에 그저 혼자 중얼거리겠죠. 피곤해서 그런가봐. 천만에. 당신은 이미 생명을 빼앗겼고, 유령이 된 겁니다. 그리고 대다수 인간들은 한 번 빼앗겨 버린 생명을 다시는 되찾아오지 못합니다. 그저 좋게 풀려야 그나마 이용은 덜 당하는 유령으로 잠자코 그림자 속에 묻혀버릴 뿐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또 가짜를 만들어 아직 공격당하지 않은 인간들의 생명을 빼앗는 데에 혈안이 될 뿐이죠. 이런 일이 공공연히 진행되는 중이니까, 세상은 머지않아 유령들이 만들어낸 고약한 가짜들로만 가득 차 버릴 겁니다. 해결책? 해결책이 있다면 그건 진짜와 가짜의 명백한 차이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뿐이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당신의 구원 따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믿으세요. 죽기 싫다면.
저를 더 짜증나게 하는 건, 유령들이 진행 중인 음모가 아예 세상 전체를 집어삼켜 버릴 기세라는 겁니다. 그럴싸한 가짜 창조주를 만들어서 진짜를 축출하는 작업은 이미 성공했다고 봐야죠. 신이 사망선고를 받은 게 아마 19세기였던가요? 집집마다 TV가 들어앉아서 정교하게 편집된 가짜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렇고, 이미 생명을 잃은 인간들이 방송국이나 신문사를 차리고는 이 얘기 저 얘기를 제멋대로 떠들어 대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멀쩡히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말해버리는 그림은 어떻고요? 아니, 그게 도대체 왜 파이프가 아니랍니까? 가짜를 쏟아내서 진짜를 그 속에 파묻히게 만들더니, 이젠 아예 진짜가 왜 진짜인지도 의심하게 만들어 버리는 게 지금 유령들이 하고 있는 짓거리입니다. 저는 이들의 목적을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세상이 이대로 유령들에게 질질 끌려가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어버린다면… 뭐, 이미 창조주께서 그 결과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고 계시는군요. ‘그림자 속으로 사라질 것’ 이 뻔합니다. 파괴되는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지독하죠. 마치 지금 제 편지가 당신들에게 취급받고 있는 것처럼, 있으나 없으나 아무런 상관도 없는 존재로 세상이 꽉 차버리고,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 자체가 있으나 없으나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는 겁니다. 짜증나는 일입니다. 이 작자들은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요?
흥분해서 그런지 글에 두서가 없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오죠. 어쨌거나 지금 저의 편지와 같은 진짜들이 위협받고 있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이들을 ‘오롯함’ 을 지탱해 줄 수 있는 기둥이란 것이 당신들의 믿음과 같이 하찮은 것이기 때문이죠. 저는 당신들에게 믿음을 구걸하거나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마법사이고, 처음으로 그 편지를 쓸 때보다는 충분히 강력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제 편지에 담겨 있는 마법을 증명하는 일쯤은 저 자신의 신념만으로 충분히 해 낼 수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합리적인 증명과정을 거친 믿음을 갖게 해 드리지요. 시작해 볼까요.
4일 안에 이 편지가 당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죽습니다. 정확히 편지의 이 부분을 읽는 순간부터 96시간입니다. 96시간 후에 심장마비로 바닥에 쓰러질 겁니다. 어떤 수를 써도 소용없습니다. 살고 싶다면 당신을 제외한 7명의 사람들에게 이 편지를 보내세요. 복사를 해도 좋습니다. 이메일로 보내도 상관없고요. 불특정 다수가 글을 읽게 되는 곳, 예컨대 공개 게시판 같은 곳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같은 글을 7번 올려야 합니다. 서로 다른 주소를 사용하는 게시판이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요. 그리고 적어도 한 명은 당신의 글을 읽어야만 합니다. 편지를 보내거나 게시판에 올렸는데 아무도 읽지 않았을 경우, 당신은 여전히 4일 후에 죽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 편지를 받은 당신의 신원을 내일 아침 신문과 포털 사이트에 공개할 겁니다.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번호 같은 것도 함께 해 드리죠. 이 편지는 7명에게 보내졌습니다. 그러니까 당신 이외에 6명의 사람이 함께 광고에 실리는 셈입니다. 7명이 편지를 다 읽고 나면, 제 지시를 어겼을 경우 당신들이 죽게 되는 시각을 다시 공개하겠습니다. 어때요. 불쾌하십니까? 불법적인 개인정보 침해라고요? 어쩌겠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제 당신들의 운명이나 구원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방금 위와 같은 글을 받고 읽기까지 마쳤습니다. 묵혀둔 이메일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만, 다 읽고 나서 발송된 시간을 확인해 보니 고작 두 시간 전이군요. 편지의 내용에 따르자면 저 말고도 6명이 똑같은 편지를 받은 모양인데, 아마 제일 빨리 읽은 사람은 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하다못해 내일 확인하기만 했어도 이 양반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들이밀고 있는 ‘합리적인 증명과정’ 이란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어느 정신 나간 신문사나 포털 사이트가 그런 광고를 실어줄까 싶습니다만, 뭐 지 입으로 자기가 마법사라고 했으니 뭔가 방법이 있겠죠. 마법을 써서 해킹을 한다던가… 여하튼 지금으로선 이 사람이 진담을 하고 있는 건지, 세상이 돌아가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은 나머지 그저 조금 공들인 농담을 늘어놓고 있는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저는 기분이 나쁩니다. 이게 진담이라면 이렇게 폭력적인 방법을 써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드는 행태가 맘에 들지 않고, 이게 농담이라면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고작 이 정도로밖에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고방식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굳이 주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편지를 보낼 겁니다. 지시대로 무작위로 선택된 일곱 명의 사람, 혹은 게시판에 말이죠. 그리고 혹시라도 같은 편지를 받았거나 받게 될 다른 사람들도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이 편지의 진실성을 믿어 보라는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속는 셈 치고’ 믿어보란 말씀을 드리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그저 이 작자가 ‘합리적인 증명과정’ 을 거치겠다고 했으니, 어디 한 번 정말 합리적으로 실험을 거쳐 보자는 말입니다. 실험은 신념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정말 이 편지가 마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지시대로 편지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 생기겠죠.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기는 걸까요?
이 편지는 그 부분에서 입을 닫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합리적인 실험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왜 그랬는지 짐작이 갑니다. 어떤 일이 생기게 해 줘야 할지 자기도 잘 몰랐던 겁니다. 불운이라면, 우리 모두를 동일하게 기다리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 있습니다. 죽음이죠. 뭐 이것조차도 어떤 사람들에겐 예외가 되긴 합니다만, 어쨌든 ‘심장마비로 인한 죽음’ 이란 것은 ‘운수’ 의 영역에서 그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나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운이라면? 편지를 받게 될 불특정 다수의 인간들이 동일하게 원하고 있을 최고의 상황은 무엇일까요? 복권당첨? 사랑하는 사람이 별안간 고백을 하는 것? 뜻밖의 승진? 저녁내기 사다리타기에서 이기는 것?
모르죠. 어떻게 압니까? 이걸 증명하려면 이 마법사란 사람이 매일매일 신문광고를 해 줘야 할 겁니다. 오늘은 동부이촌동에 사는 A씨가 편지를 받았는데, 지시에 따르면 언제 어떤 일이 생길 것이고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몇 월 며칠 몇 시에 심장마비로 죽게 될 것이다. 라고. 하지만 내용을 훑어보건대 이 마법사는 테크노뭐시기란 사람들이랑 사이가 매우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마 정체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활동하기엔 무리가 따르시겠죠. 게다가 굳이 그런 비밀단체까지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경찰과 정부란 조직이 있습니다. 실험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우리 모두가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 정해진 시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면, 반쪽짜리 실험은 가능하겠죠. 하지만 그마저도 지시에 따랐는지, 따르지 않았는지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죽어버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증언뿐입니다. 편지가 꼭 체신행정이나 인터넷을 따라서 흔적을 남기며 전달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손으로 필사해서 개인적으로 건네 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시겠죠. 결국 이 마법사가 합리적 실험 운운하며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은 인질극보다 나을 것이 없는 저질 협박일 뿐입니다. 인간들의 운명이나 구원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짜증이 나서 써 갈겼다고 했나요. 이런 식의 짜증이 이성적 사고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 증명하는 실례가 되겠군요.
일단 편지의 내용을 신뢰해 보는 것을 전제로 여기까지 이야기를 끌고 왔으니, 이 사람이 늘어놓고 있는 현실인식에 대해서도 한마디쯤 하는 것이 좋겠군요. 그러니까 ‘유령’ 들이 만들어낸 가짜가 진짜를 감추고, 결국에는 죽여 버리고 있다는 것이 이 마법사가 하고 있는 말입니다. 그 ‘유령’ 이란 건 엄청난 비밀조직이나 심연에 숨어 있는 악마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을 지니고 있는 세상 모든 존재가 모종의 이유로 그 ‘오롯함’ 을 잃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다르게 되는 죽음의 모습이고요. 세상엔 유령들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지금은 생명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일지라도 필연적으로 유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양반의 논리입니다. 종국에는 우리들의 우주 전체가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서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거죠.
섬뜩한 예언이긴 합니다만 귀담아 들을 가치는 없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이 언젠가 죽을 운명에 놓여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 양반의 논리에 따르자면 결국 우리 모두는 언젠가 유령이 될 운명이에요.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주어진 한계 속에서 새로운 생명과 의미를 만들어 내는 건 창조주나 신이 아니라 우리들입니다. 그러니까 생명이란 건 죽음과 무의미 속에서 피어나기 마련이란 말이 있는 거죠. 이건 별로 새로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낡고 낡은 오리엔탈리즘만 조금 파고들어도 분수처럼 쏟아져 나올 주제니까요. 헌데 이 양반은 생명의 종말을 이야기하면서도 생명의 탄생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반쪽짜리 주장에 불과하지만, 한번 순순히 받아들여 볼까요? 그래요. 우리는 존재하는 동안 끊임없이 무의미와 가짜를 재생산해서 다른 생명을 빼앗습니다. ‘유령’ 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그건 생명이란 게 원래 그따위로 생겨먹은 거라 그런 겁니다. 이 양반이 쓴 원본 편지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이 마법사란 양반은 복제를 증오해요. 원본이 가지고 있는 ‘오롯함’ 을 빼앗고 위협하는 행위니까. 그런데 웃기는 게 뭔지 압니까? 이 양반이 ‘진짜’ 의 견본이랍시고 들고 나온 원본 행운의 편지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 다름 아닌 복제라는 거죠.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편지를 복사하건, 필사하건, 어떤 방식으로든 복제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령들이 시도한 마법적인 개입 같은 게 없어서, 이 마법사가 정말 힘차게 불어넣었던 ‘행운과 불운의 힘’ 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채로, 인간들의 굳은 신뢰까지 얻어낸 편지가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그건 진짜입니까?
유감스럽게도 제 생각엔 그렇지 않습니다. 진짜가 가지고 있던 요망한 술수만 그럴싸하게 흉내 내고 있을 뿐, 그건 가짜에 불과합니다. ‘진짜’ 행운의 편지를 진짜로 만들던 마법의 구절 하나를 꼽으라면 전 이 부분을 선택하겠습니다. ‘혹 미신이라 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불신과 신뢰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을 유혹하는, 아주 매력적인 구절이죠. 헌데 원본 행운의 편지가 진짜로 인정받고 세상에서 유통되게 되면 이 구절의 위력은 휘발되어 버립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 편지를 미신이라고 치부한 탓에 가짜가 되어버린 것처럼, 사람들이 이걸 사실이라고 여길 때에도 똑같은 결과가 발생한다는 거예요. 상상해 볼까요? 그런 세상이라면,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아마 불운이 닥쳐 올까봐 고민하거나 불안해 할 것 없이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편지를 이곳저곳에 보내겠죠. 편지를 보내고 나서 확인 차 전화도 할 겁니다. 그렇잖아도 행운이 필요하던 참인데 보내줘서 감사하다고 밥 한 끼 사는 일도 있을 테고, 괜히 일만 늘었다고 투덜거리면서 꾸역꾸역 복사본을 만들어 부치는 사람들도 있겠죠. 행운의 편지가 아파트 관리비 청구서처럼 취급받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어때요, 진짜가 의심의 여지없는 진짜로 취급받으니까 이젠 짜증이 좀 덜 나시나요?
제가 이 마법사라면 그런 현실 역시 여전히 짜증날 겁니다. 진짜 행운의 편지의 핵심은 사람들을 행운이란 당근으로 유혹하고, 불운이란 채찍으로 위협해서 정말 믿기 어려운 마법과 같은 술수가 이 땅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신념을 자극하는 데에 그 방점을 찍고 있으니까요. 편지가 불러올 미래는 괄호 속에 잠긴 채 무궁무진한 가능성만을 남겨두고 있었죠. 4일 안에 편지를 복사해서 다른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노력을 통해 소중한 이에게 뜻밖의 행운을 전파할 수 있는 놀라운 세상이나, 그 작은 행동 하나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에게 불운이라는 인과응보의 징벌이 돌아가는 심판의 날을 부를 가능성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나 아름다운 가능성들은, 죄다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만 진짜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을 뿐이에요. 이미 실현되고 복제돼서 현실로 튼튼히 자리매김한 가능성들은 그저 진짜를 흉내 내고 있는 가짜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이 마법사가 이야기하는 대로 ‘유령’ 에 불과할 수도 있겠죠. 이런 전제에 동의하신다면 저 역시 세상이 유령과 유령들이 만들어낸 가짜들로 가득 차 버리는 것은 끔찍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이런 식이라면 이 마법사 역시 자신이 말하고 있는 ‘유령’ 들과 한통속인 것은 물론이고, 이 마법사가 만들어 낸 진짜란 것도 아주 짧은 순간만 진짜였을 뿐입니다. 별로 서글플 것도 없어요. 유일한 것이 유일한 것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이유는 유일하지 않은 것들이 세상에 너무나 많기 때문이니까요. 말씀드렸다시피, 생명은 무의미와 죽음 속에서 피어나기 마련이라는 겁니다. 가령 가짜 태양이 천지창조 이래로 매일같이 세상을 밝히는 작업을 해 주지 않았다면, 이 마법사는 단순한 불덩이가 아닌 생명과 환희로 가득 찬 ‘첫 번째 태양’ 에 대해서 이토록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요?
요컨대 저도 진짜와 가짜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걸 가르는 기준이 인간들의 신념이란 점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진짜’ 는 가능성과 빈칸과 아주 잠깐 빛나는 순간의 균열로만 존재할 뿐이니까요. 그리고 정도만 각기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어떤 찰나’ 를 스쳐간 빛나는 순간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딴에 복제를 업으로 삼는 유령이 될 팔자라는데, 진짜가 어떤 모양이었는지는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가르쳐주거나 믿음을 강요하지 않더라도 모두들 알고 있어요. 태양이 진짜 태양이었던 순간, 창조주가 진짜 창조주였던 순간, 행운의 편지가 진짜 행운의 편지였던 순간, 그리고 나 자신이 진짜 ‘나’ 였던 순간 같은 것들 말이죠. 그러니까 그와 비슷한 가짜들을 만들어서 세상을 채워나갈 수 있는 겁니다. 뭐 일말의 희망 같은 것도 있을 겁니다. 정말 ‘생명과 환희’ 로 가득했던 순간들이 다시금 되풀이되기를 바란다던지… 하지만 우리는 원본 행운의 편지를 썼던 마법사나 첫 번째 태양을 띄웠던 창조주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의지도, 기똥찬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그 대가로 그나마 살아있던 진정한 순간들을 잃어버리고, 세상을 무의미와 죽음과 망각, ‘유령’ 만이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의 삶이 세상을 망각 속으로 우겨넣는 작업이라고 말해버린다면, 뭐 그것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만, 저는 그보다는 조금 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 편이 합리적으로 증명되지도 않을 이런 악질 편지의 지시를 따르거나 따르지 않고 불쾌해하는 것 보다는 한결 더 가치 있는 일 같군요.
아, 불필요하게 글이 길어졌습니다. ‘조금 더 희망적인 이야기’ 가 무엇인지는 각자의 자리에서 차차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원문에 붙이는 주석으로 치기에는 꽤나 주제 넘는 내용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가 희망찬 이야기를 글로 옮기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는 증상이 있어서 말이죠. 이만 줄이죠. 아마 이렇게 글을 올리는 건 ‘편지를 보내는’ 횟수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 같네요. 가만있자. 그러면 이 편지는 진짜인가요? 아니면 가짜인 건가? 하지만 난 흉내 같은 건 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이 편지는 행운의 편지입니다. 진짜 행운의 편지입니다. 어떤 망할 테크노크라시 놈이 장난을 쳐 놓긴 했지만, 저 역시 이번만은 포기하지 않기로 작정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여전히 제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다시는 구차한 변명 같은 걸 할 기회가 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간절하게 말씀드립니다. 진실은 사냥당하고 있습니다.
약속대로 광고가 두 차례 나갔다는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예, 어떤 위협이 닥칠지 뻔히 알지만 해킹을 시도했습니다. 그 광고대로 저 가증스러운 주석을 작성한 마법사를 제외한 여섯 사람이 죽었습니다. 모두 저 주석을 읽고 제 편지를 우습게 여긴 나머지 지시를 따르지 않았죠. 다만 저 주석의 작성자는 지시대로 7명의 사람에게 편지를 보냈으니… 앞으로 3일 이내에 일곱 사람이 더 죽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거기서 끝이겠죠. 저는 능력이 닿는 대로 여러분에게 그 사실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할 겁니다만, 지금처럼 가짜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예. 저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모든 일간지와 뉴스 포털에서 편지 때문에 죽은 사람은 없다고 떠들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다 거짓말입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진실이 죽어버린 겁니다.
이제 좀 아시겠습니까? 철없는 낙관론 따위로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이미 세상은 당신들의 유령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진짜’ 는 가능성과 빈칸과 아주 잠깐 빛나는 순간의 균열로만 존재한다고 했었나요? 그래요. 온통 넋 나간 유령들만 가득 새겨진 이 세상 어디에 가능성이나 빈칸이나 잠깐 빛나는 균열을 새겨 넣을 자리가 있는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한 대로 ‘무의미와 죽음과 망각’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피어 낼 수 있는지 똑똑히 지켜볼 겁니다. 아마 기적이 따르기 전에는 그런 일 같은 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에 내 목숨을 걸어도 좋습니다. 아니, 매사에 자신만만한 당신들은 애초에 기적 같은 건 믿지 않을 테니 이런 내기가 불가능한가요?
제 눈에는 여전히 당신들의 유령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유령들과 싸워서, 심각하게 굳어가고 있는 세상에 작은 균열이라도 만들어 내는 것이 저의 변함없는 목적입니다. 그러니 제 지시 역시 여전합니다.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당신은 심장마비로 죽습니다. 죽기 싫다면 당신을 제외한 7명의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세요.
아시겠습니까?
(2010. 3. 23)
* 마법사의 이미지는 WoD - Mage 세계관에서 따왔습니다. 뭐 어쩌면 전체적인 내용도...
* MCR의 노래 Ghost of you 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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