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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들/소설

Dreaming

<2010년 1월 13일 오후 2시. 서울 지방법원, 1차 공판 현장.>


- 증인은 선서하세요.

- 네.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증인, 이현경.

- 원고측은 심문 시작 하세요.

- 알겠습니다.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증인, 증인은 2006년 3월 17일 펴낸 논문에서 최면을 통해서 사람에게 본인이 원하는 꿈을 꾸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한 바가 있지요?

- 최면만으로 불가능합니다. 최면치료와 함께 몇 가지 약물처방 및 심리 상담을 병행해서 원하는 때에 원하는 꿈을 꾸게끔 유도하는 방식에 관한 논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임상실험 결과를 함께 수록했으니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당시 실험 성공률도 90% 내외로 측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 논문의 요점은 사람들이 원하는 꿈을 꾸게끔 유도하는 게 아니었다, 이 말씀이신가요?

- 네. 정확히 ‘그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 알겠습니다. 증인의 이론은 같은 해 7월 1일 발간된 논문을 통해서 반박당한 바 있습니다. 알고 계시죠?

- 알고 있습니다.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던… 동료가 제 방식을 이용하여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친 결과를 수록한 논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사님, 그건…

- 바로 그 논문에 수록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에 의하면 증인이 개발한 방식의 성공률, 즉 피 실험자들이 사전에 작성했던 내용과 같은 꿈을 꾼 비율은 3% 내외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후 연장된 실험기간동안 비슷한 구도의 꿈을 꾼 사람까지 모두 더하더라도 성공률은 20% 미만입니다. 증인, 증인은 이 실험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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