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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잠시


경험해 본 바에 따르자면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일상이더라도 결국엔 익숙해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도무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요즘이지만 머지 않아 익숙해지리라고도, 역시 생각한다. 글을 쓰고 있지만 항상 남들에게 보여줄 수준에는 미묘하게 미치지 못한다. 그것이 수 주일간 지속되다보니 나를 검열하는 내 시선이 문제인 것인지, 혹은 나의 재능에 대한 확신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의심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보면 내 주변에는 내가 쓴 소설이라곤 한 문단도 읽어보지 않은 주제에 나를 '글 쓰는 사람' 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입만 떼면 잘 될거란 말부터 되새기는 되먹지 못한 위로에 또 그럴싸한 안도를 얻어가는 내가 있으니, 글쎄, 이렇게나 실질적이지 못한 '쇼' 로 채워지는 것이 결국엔 인간관계라는 걸 모르는 바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모든 허위를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배격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따스하게 끌어안을 줄 아는 것이 좀 더 철드는 방법은 아닐까, 생각할 뿐이다. 나쁠 거, 없잖아?

12월도 왔지만, 대략 앞으로 보름 정도는 계속해서 쓸거다. 이 '쥐어짬' 의 시간이 앞으로 나를 얼마나 더 피폐하게 만들런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건 그런 피폐함 끝에 도달할 결론이 당췌 얼마나 가치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 뭐, 나는 내가 그냥 쿨하게 절필이라도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유사 이래 내 글실력을 칭찬했던 모든 인사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말도 안되는 헛바람으로 멀쩡한 청년을 십수년간 방황하게 만든 죄라도 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게 될 사람이 아니라는 게, 참 아무리 나라지만, 어렵다.

허나 이리 뒤틀리고 꼬인 심사가 언제나 고이 풀릴런지. 아무래도 이 생에선 어렵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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