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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시무룩

또 어쩌다보니 폭풍같았던 주말
그래도 하루 먼저 노니 시간은 넉넉했던 느낌

남들이 비웃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너의 길을 나아가라
는 말은 생각보다 아주아주아주 어려운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밤 10시 라디오보다는 낮 2시 라디오가 더 재밌게 들리는 나이가 되어서
뜬금없이 되새기기에는 더더욱
카스테레오가 고장나는 바람에 (아주 돌아가면서 골고루 다 고장난다 이놈의 차는-_-)
부대로 들어오는 내내 라디오만 듣다보니 그냥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저렇게 나는 갸웃거리며 도무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싶어서
멀리 있는 이들의 사정이 가뭇없이 또 그리워졌지만
그냥 이런 느낌들 이제는 낯설지도 설레지도 않다

한번 정도 사랑했던 이들을 그럭저럭 끌어안고 산다는 건 사실 피곤하고 불가해한 일인지라
되살아나지도 되돌아오지도 않는 과거에 어깃장을 놓아 다른 길로 가고 싶은 미련의 현재진행형일 뿐이고
쿨하고 깔끔하게 라디오에 나오는 이들처럼 예전 애인이 어쩌구 저쩌구 주절주절 댈 수도 없게 될 뿐
나아지는 것도 시원해지는 것도 없다 그러므로 나만의 가십들은 또 영구히 봉인되고
나는 멀리 있는 이들의 사정들을 연예잡지 혹은 시사잡지처럼 뒤적뒤적 입밖으로 내뱉다가
그럭저럭 시무룩해지고 그럭저럭 위안을 얻으며 돌아오곤 한다 나는 이야기를 나누긴 한 걸까 내가 거기 있었을까

간혹 먹먹. 해지는 시간을 넘어서서
어찌됐든 도래할 아름다운 것들은 부지런히 예고되어 있고
나는 안으로 비어가는 만큼 밖으로 부서지기 싫어서
태연하고 당당하게 말같지도 않은 것들을 잘도 주워섬기고 살아간다
이리저리 엉긴 것들이 너무 많아서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언젠가 나는 이십대 중반에 대강 이런 것들을 알아가고 시무룩해 있었다,
라고 쓰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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