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쩔건데?

- 그렇다면 나는 당신한테 실망해 버릴 겁니다. 전적으로 완벽하게 모든 부분에서 실망해 버리고 앞으론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품는 기대감이 완벽하게 사그라들어 밑바닥을 알 수 없는 실망만이 그 자리를 메우는 귀한 광경을 목격하고, 혹여 안주거리로라도 삼고 싶으시다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나는 분명히 그렇게 할 겁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나를 실망하게끔 내버려 두신다면, 당신은 내 말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을 묘사하는 건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의미일테고, 어쩌면 이것 또한 당신에게 실망하게 되는 이유가 될 겁니다. 그러니 나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전적으로 완벽하게 모든 부분에서 당신에게 실망해 버릴 수 있습니다. 확실히 해 두겠습니다. 나는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따위의 말을 필살기처럼 쓰고 다닐 때가 있었다.

뭐 하지만 확실히 이것보다 괴이했던 것은 다섯 놈에게 린치를 당할 위기에 처한 중2때 내뱉었던 그 한마디, "늬들 알아서 해라. 나 입만 살았다. 나 입만 산 놈이거든?" 이를테면 집이며 선생님이며 친구들한테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테니 뒷수습은 알아서 하라는 협박이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나는 실제로 그들이 뒷수습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을 크게 만들었다 (...) 사실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경고를 날리기 마련이지만, 이렇게나 의미없을 것이 뻔한데다가 실제로도 의미가 없는 협박을 날리는 데에서 나는 어쩌면 존재의 의의를 찾고 있었는지도... (게다가 그 태도란 것이 어처구니없이 당당해서 협박받은 당사자도 잠시 당황했다능 후문)

그냥 떠올랐다. 오늘도 누가 그래서 어쩔건데? 라는 소리를 하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