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시립남부도서관 개관. 찾아가서 회원증도 만들고 시설도 둘러보고 왔다. 사실 이주쯤 됐는데 어찌저찌 하다보니 구경이 좀 늦은 편. 무난히 걸어갈 수 있는 곳에 도서관이 생기다니! 십 년 넘게 꿈꿔왔던 일이다. 청주 사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동네에서 가장 쓸만한 충북중앙도서관은 접근성이 너무나도 심각하게 떨어진단 말이지. 흠흠. 그런데 조금 둘러보니 (동네 도서관들이 보통 그렇듯) 미취학 아동과 학생들의 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김이 새긴 했다. 종합자료실 장서 현황이 너무 허전해서 마음이 아팠는데, 뭐 시간이 지나가면 나아지겠지...
- 며칠 사이에 날씨가 너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동네 곳곳을 기웃거렸다. 아직은 바람결에 찬 기색이 남아있지만 사실 이런 게 다 사라지길 기다렸다간 금새 여름이 닥치고야 말 것이다. 그러므로 완벽한 순간이란 결국엔 도래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결핍된 것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고 나는 여전히 조급하기만 하다.
- 오산에서 함께 근무했던 분의 연락을 받았다. 2008년 여름 이후 처음 받는 전화니까 거의 4년만에 받은 전화였던데다가 정작 근무할 때에도 나와 연락을 주고받던 분은 *전혀* 아니었던 탓에 뭔일인가 싶었는데, 제대 후에 모 생명보험회사에 들어가셨다고. 아악 왜 이렇게들 스테레오타입으로 구는 걸까. 얼마전엔 결혼한다고 몇년만에 연락을 재개한 분이 있더라니...
- 상금수령을 계기로 몇가지 생각을 해 봤다. 막말로 연금복권이라도 당첨돼서 평생 먹고 살 일은 걱정없게 됐다고 치자. 그럼 맘이 편해질까?... 아닐 것 같다. 호구지책을 해결하는 일이 급하긴 하지만 여전히 질문은 근원적인 부분에서 막혀 있는 것 같다. 대관절 왜 살아야 하는가?... 막막한 일이다. 솔직히 하고 싶은 게 얼마 없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많은 해답들을 이미 포기해 버렸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해답들을 전부 다 포기했을 때 닥쳐 올 허무감을 꽤 오랫동안 무서워했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는 고개만 돌려 스스로를 속이는 데에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돈이 문제가 아닐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답일 수도 없다.
- <건축학 개론>의 포스터 http://j.mp/HeBuT4 를 처음 영화관에서 봤을 때 받았던 첫인상을 기억한다. 다른 것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는 카피가 퍽이나 근사한 편이었다. 보통의 멜로영화가 사랑했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라면, 이 카피에서 연상되는 이야기는 사랑받았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니까. 결국 <건축학개론>은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사랑이야기일 뿐이었고, 나는 수지-한가인이 이야기 내에서 그렇고 그런 여성객체로 소비되는 상황을 못마땅하게 보고만 있었지만... 뭐 아주 나빴단 뜻은 아니다. 어쨌건 절반 이상은 김동률이 살린 영화.
-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니 그런 걸 잘 설명해주는 멜로영화가 있다면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컨대 이제 사랑 '하는' 이야기는 지겹다. 그런 거 그만하고 싶다고. 사랑하다가 '성공하는' 이야기는 거짓말같다. 사실 만드는 사람도 거짓말이란 거 뻔히 알고 있을 거다. 그러니까 사랑 '받는' 이야기를 좀 설득력 있게 만들어 보자 이거지. 위로도 되고, 얼마나 좋아.
- 알라딘 중고서점에 판매자 등록을 하고 낡은 책을 싸그리 담아다 판매신청을 했다. 이제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을 책장에 쌓아두고 한숨짓는 바보는 되지 않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