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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규율을 만드는 태도

- 뭔가 엄청난 글들을 마구마구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글을 적게 쓰게 될수록) 느끼는 건데, 한 글자 한 문장의 책임이 어렸을 때보다 더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즉 이걸 이렇게 써도 되나? 저렇게 쓰면 욕먹지 않을까? 를 몇 배는 더 고민하게 된다는 것. 문제는 이 모든 자기검열과 책임들을 뚫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몹시 밀도 높은 성실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며, 그런 성실함을 잘 '캐리' 해 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목적의식, 에, 그보다는 일종의 '자기규율dicipline' 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나는 사실 굉장히 자기규율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아마도 대학교 1학년에서 2학년을 거치는 어느 시점 즈음에 '학교 수업 한번쯤 빼먹어도 인생 크게 변하는 것 없다' 는 것을 깨달은 순간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말았다. 음, 너무 사소한가; 하지만 세상에 정말 크고 아름다운 목적을 가지고 자기 규율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인생을 이끌어 가고 완성시키는 키워드의 상당부분은 알고보면 '그냥' 일 경우가 많고, 그 '그냥' 의 상당부분은 또 내가 기억도 할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만들어져서 평생을 가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나는 그 '그냥' 중 어떤 부분을 유년의 말기에 - 난 요즘 그냥 내 대학 시절을 장기 유년기로 보고 있다 - 잃어버렸다는 것. 아니 도대체 왜! '하루쯤 하지 않아도 인생 거기서 거기야' 라는 생각 따위를 하게 된 것이냐.

 

- 교과서적인 깨달음이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결국엔 그 대수롭잖은 하루하루가 쌓여서 인생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걸 알면서도 한 번 잃어버린 자기규율을 되찾는 일이 이토록 어렵다는 건 어찌나 놀라운지... (사실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있긴 하다. 난 특히 '약속' 에 대한 강박 혹은 자기규율은 강한 편... 이건 애정결핍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서두)

 

- 그러니까 이건 '내가 이렇게나 게을러 빠진 이유' 로 요약될 수 있음.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사람들 글 보면서 느끼는 건데 이런 식의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능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으윽, 하지만 수필 따위 쓰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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