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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Diary /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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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 몇 년 전만 해도 봄을 많이 탔는데, 올해는 어쩐지 잠잠하다. 뭐... 제대가 가까워지니 더더욱 영원한 것만 같은 군생활의 지겨움이 사사로운 감정을 집어삼켜 버린 탓이 클 것이다. 하지만 일단 여기가 아직도 영하 1~2도를 오락가락 할 만큼 추운데다가, 봄나들이랍시고 서울이며 청주며 돌아다니자면 봄보다는 오히려 여름에 가까운 햇살이 작열해서 좀처럼 제대로 된 계절감각을 느끼기 어려운 탓도 있다. 이 나라는 이제 여름 / 아주 더운 여름 / 겨울 / 아주 추운 겨울만 남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아놔 더워지면 어떻게 살지. 벌써 걱정이다. - 어제 별 생각없이 찍어온 동영상을 돌려봤는데; 아니 이건 업로드를 위해 인코딩을 다시 하는게 죄책감이 들 정도로 고화질이다; 혹시나 싶어서 2008년 석모도..
어린이대공원 일대꽃과 사람을 같이 찍어놓고 보니 역시나사람보단 꽃이 아름답다는 진리가 여하간 날씨 참 좋았다
진지해지지 못하는 이유 어릴 적에 읽었던 유머들 중에 그런게 있었는데 :월급을 받아온 남편이 집에 돌아와서 사색이 된 채로 여기저기를 뒤지는 거다아내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월급봉투가 사라졌다고바지주머니 양복주머니 자동차 다 뒤졌는데 없다 하길래아내가 안주머니는 뒤져봤냐고 물어봤는데 아직 안뒤졌다고 대답한다안주머니를 안 뒤진 이유는 "거기에도 없으면 기절할 것 같아서..." 글쎄 난 아마도 뭔가에 직면하게 되는 걸심각하게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차근차근 어른이 되기란 이런 식으로 안주머니 뒤지기와 같아서기절할 것 처럼 싫다 참 ...근데 생각해보면 기절해 본 적이 없네.
끊어내기 고통의 역치는 겪을수록 올라가는 법인지라,여하튼 무뎌진 게 슬프지는 않다. 다행인 것이지나에겐 모든 일이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최악이진 않을 것이다예상은 틀리기 마련이고 미래가 어떤 식으로 안정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깐한가지 확실한 건 이 모든 뒤틀린 마음과 관계들이 언젠가는 고착된다는 것이고나는 무언가 나아지기를 바라기 보다는 다만 고착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 뿐이다.그러니 내가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던 것도 10년이란 세월이 지나 간신히 진정되고 고착된 내 일상을거침없이 깨버린 그 무성의함에 원인이 있었다. 이 마음은 다분히 이기적이다.하지만 이제 난, 이정도 성의는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누구의 도움도 없이 울타리를 치고 땅을 일궈 만들어 낸 나의 세상에한 줌이라도..
무섭네 잔인한 4월이라더니, 헐 과거사 청산이란 칼같이 확실하고도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참 그것만큼이나 의미없는 짓도 드물기 때문에, "상처받고 용서하고 눈물로 감싸주는" 가증스런 모습이 연출되길 원하지도 않고 그런 식으로 모든 게 다 어물쩡 어물쩡 유아무야 되어버리는 걸 원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아름답고 좋은 말은 다 내려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작시구 우리 이제 그만 미워하고 살지 맙시다~ 화해와 용서! 란 말은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이나 가볍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인데 어떻게 그리 쉽게 할 수 있었던 건지 (뭐 본인은 쉽지 않았다고 하지만) 언젠가 터질 일이기에 미리 처리하길 원했다면, 지금 자신이 그 말을 터트리고 수습 할 자격이나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해 봤던 건지 아니 자신이 하게 될 말..
일기 - 작금의 시간은 아예 정상적인 궤적과 속도로 흐르기를 포기한 것만 같다. 끔찍한 모습으로 정지된 세월 속에 추위도 영원할 것만 같이 계속되고 있으니 이놈의 건물에선 아직도 물을 쓸 수가 없고... 배가 고프니 컵라면을 먹어야겠는데 눈앞에 있는 거라곤 2%부족한 음료수 뿐이니, 한 30초쯤 진심으로 이놈을 끓였을 땐 무슨 맛이 날까... 고민해 봤다. 그러고 보니 어떤 귀차니즘은 인류를 진보하게도 하는 것이다. (응?) - 비가 오긴 왔던 것인가? 아침에 잠들었다가 깨어나 접한 하늘빛이 너무나도 청명해서 기분이 몹시 나빴다. 아무리 당신들의 낮보다 아름다운 밤을 지새웠노라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밤도 지나고 나서 불가피하게 잠들어야 할 때가 됐는데 다시금 낮이 닥쳐오는 것을 기분 좋게 받..
단신들 - 이래저래 모임이 잦다. 피곤하고 질릴만도 한데, 그나마 다들 한번씩 퍽퍽한 삶에 데이고 있는 타이밍이라서 그런지 맨날 보는 얼굴 또 봐서 했던 얘기 또 하는 무용한 짓들을 퍽이나 즐겁게 즐겨주고 있다. 뭔가 감정협동조합이랄까. (아니면 나만 그런가) 어쨌든 좋은 에너지들이 유통되는 느낌. 고마운 일이다. - 사람을 좋아하지만 살갑게 굴진 못하고, 재밌는 상황을 좋아하지만 농담에는 능하지 못하며, 따뜻한 말들을 좋아하지만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나는 여길 가나 저길 가나, 바닥을 보여주는 순간 그저 실없는 인간밖에는 되질 않는다. 대학 초년생 무렵에 들었던 '자기관리' 에 대한 충고를 되새기며 오늘날 내가 연기하고 있는 어떤 캐릭터 혹은 페르소나를 되짚어보니, 지나간 흑역사들의 향연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
보고싶어 - 그 언젠가는 사람을 순수히 보고싶다는 마음만으로 우두커니 기다렸을 시절도 내게 있었건마는, 참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더냐. 내가 보고싶은 게 어디 소 닭보듯 무심하게 스쳐가는 누군가의 겉모습이던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물리적인 거리 극복의 차원을 넘어서서 마음과 마음의 맞닿음이 있어야 성사되기 마련이고, 늘 익숙해진 손짓과 앙금같은 미소만 휘적대는 회합을 백만번 가져봐야 언제나 그렇듯 흡사한 허탈함만 커져갈 뿐이다. 머릿속으로 담았던 말들과 입밖으로 꺼내는 말 사이의 무수한 괴리가 세월이 갈수록 점점 커져만 가고,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끝끝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와중에 설날은 닥치고 나는 또 돌이킬 수 없이 한살을 먹어버린다. 건강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