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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집에 가서 밀렸던 택배를 받아왔다. 집에 가는 내내 미친 듯 닥쳐오는 졸음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꼭 8비트로 쪼개져서 버스 차창을 두둥탕탕 두들겨댔다. 신나는 비트에 몸을 맡기고 곤히 잠들었다지만 집에 도착하니 더 졸려서 더 잤다. 웬종일 잠만 잤으니 하루가 참 휑뎅그렁하기만 하다. 그러니 내일 출근이 유난히 빠르다 하더라도 오늘 새벽은 적당히 소비해 주는 편이 조금은 공평하지 아니할까? 이딴 식으로 조각잠이 이어져서 수면부족에 시달릴 때면 나에게도 스타크래프트 밴과 매니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요컨대 자동차와 연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결국엔 나도 이런 식으로 평범하게 되어가는 것 같다. 아, 만유인력보다 강한 사회화의 힘이시여. 과 과 를 주문했더니 6월부로 yes24 로얄회원이 되..
몇 가지. 1. 졸지에 한적한 산골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_-임관한지는 10개월, 오산으로 온지는 고작 6개월. 이제야 자리를 잡았다면 슬슬 잡아가고 있는 중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ㅠ 뭐 오래 기다릴 것도 없다. 길어야 사흘 안에 어디로 간다면 간다고, 안가면 안가도 된다고, 결판이 날 것 같다. 정말 멀리 간다면 한 2년 정도 얼굴 못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게 참 무서운 게, 일이 정말 "유배" 수준으로 나쁘게 치닫더라도 고작 다음주, 멀리 가야 다다음주 정도에는 짐을 싸야 한다는 거. 나의 친한 친구들은 만나려면 적어도 한달 전에는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나를 질타하던데. 이걸 어쩌나... 는 것 보다는 사실 예약까지 해 놓은 지산락페가 걱정이다... 2. ..
짧게, 영결식 예상대로 절정에 달한 어떤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 이 오늘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렇게 뜨거운 땅 한복판에서 차가운 머리를 똑바로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죽어서는 안될 사람이 죽었다. 허나 나는 아직도, 그의 죽음이 죽음이라는 이유때문에 종교가 되어버리는 것은 옳지도 못할 뿐더러 별로 멋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만큼 먼발치부터 바로 어깨 옆까지 정신없이 슬퍼하는 수십만의 사람을 두고도 묵념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오늘을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허나 그 변화가 결국 자기기만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고작 5년 전 천지가 통채로 개벽할 것만 같던 어떤 날이 끝내 남겼던 교훈들이 너무나 헛되지 않은가.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이미 한 ..
짧게, 마더. 사실 영화 중반부터 뭔가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기대를 너무 했던 것 같다. "모성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상황을 연출한다기에 정말로 사정없이 막나가는 물건이 나올 줄 알았던 건데, 뭐 이건 단순한 착각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그저 언론플레이에 희생된 것 뿐인가. 사실 모성 어쩌구하는 이야기보다 봉준호 감독은 그저 김혜자라는 거대한 배우와 한 번쯤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걸 살짝 뒤집어 본다면 영화 내내 김혜자씨가 어찌나 고생했는지 눈에 훤하다는 말이 되기도 하려나? 기대를 봉준호의 전작들 정도로 접어두고 본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이다. 더구나 이야기가 거의 의도적으로 "엄마"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보니 관람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도 머릿속 정리가 상당히 깔끔하게 되는 편..
흠냐 1. 노무현씨 관련해서 뭔가 엄청나게 긴 글을 썼는데 별 영양가가 없어보여서 지웠다; 나는 인간 노무현이 죽은 게 많이 불길하고 슬프긴 한데, 그건 이 시대 들어서 너무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많아진 탓이 크다. 그런데 작금의 분위기는 흡사 민주주의의 신이 대중의 핍박 속에 세상을 뜬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사흘 후에 돌아와 먼 미래의 천국을 약속하고 홀연히 승천한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기만적 신앙고백이 넘쳐나니, 명계남씨의 짜증이 슬슬 이해가려고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유시민복음" 이 출간되기라도 한다면 나는 어쩌면 처음으로 이 나라의 수준을 의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2. 기막힌 타이밍에 이어진 북한의 행동들은, 객관적으로 상당히 작정한 도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지없이 묻혀버리고 있..
슬픔 죽은 사람은 죽었지만 산 사람은 어쨌든 살아야 한다. 원한과 원망은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얽히는 게 아니라 산 자와 산 자 사이에 얽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죽은 사람이야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겠지만 산 사람들은 그저 걷잡을 수 없이 멍해지고 있다. 너무 큰 슬픔은 삶의 모퉁이에 당당히 들어오지 못하고 근근히 스며들기만 한다. 그런 식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는데도 시간은 가고 있다. 초여름 햇살이 너무 밝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웃고 있어서 더더욱 씁쓸해졌다. 세상의 임계점까지 저주와 죽음이 쌓이고 있는 느낌이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 이 세상의 안위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 혼자 있을 때면 소름끼치도록 아찔해진다. 참 저열한 농담들이 현실로 속속들이 침투하고 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56479.html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5시45분께 사저를 나서 경호원 1명과 봉화산을 등산하던 중 아침 6시40분께 바위에서 뛰어내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아침 7시5분께 김해 세영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상태가 위독해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백승완 양산 부산대병원장은 “오전 8시13분 인공호흡을 하면서 응급센터로 이송될 당시 의식은 없었다”며,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회복되지 않아 9시30분 소생술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머리 외상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태어나서 들어왔던 뉴스 중에 가장 쇼킹합니다 그려 아아, 정말 마..
서두르길 잘했다...;; 아마도 5월 19일이었을 것이다. 이날 오후 5시에 지산 락페스티벌 조기예매가 시작되었지만, 퇴근한 후에야 그 사실을 떠올린 탓에 예매에는 실패. 다만 펜타포트가 그랬듯 지산 역시 페스티벌 시작 날짜가 임박할수록 거의 휴지값이 되어버린 표들이 나돌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뭐 아니어도 까짓거 3일권 3만원 더 쓰는건데 뭐.) 예매실패 자체는 그닥 아쉽지 않았다. 허나 티켓오픈 5분만에 2000매 매진이라는 결과를 접하고 나니 이건 쫌 무섭더라. 펜타포트 처음 열릴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조기예매에 성공한 전력이 있는 jink군, 어땠어?; 다만 이 날 이곳저곳을 뒤져보다가 "인근 민박집에 이미 사람이 차고 있다" 는 첩보를 접한 게 주효했다. 막상 함께하는 이들의 숙박비를 지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