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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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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작금의 시간은 아예 정상적인 궤적과 속도로 흐르기를 포기한 것만 같다. 끔찍한 모습으로 정지된 세월 속에 추위도 영원할 것만 같이 계속되고 있으니 이놈의 건물에선 아직도 물을 쓸 수가 없고... 배가 고프니 컵라면을 먹어야겠는데 눈앞에 있는 거라곤 2%부족한 음료수 뿐이니, 한 30초쯤 진심으로 이놈을 끓였을 땐 무슨 맛이 날까... 고민해 봤다. 그러고 보니 어떤 귀차니즘은 인류를 진보하게도 하는 것이다. (응?) - 비가 오긴 왔던 것인가? 아침에 잠들었다가 깨어나 접한 하늘빛이 너무나도 청명해서 기분이 몹시 나빴다. 아무리 당신들의 낮보다 아름다운 밤을 지새웠노라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밤도 지나고 나서 불가피하게 잠들어야 할 때가 됐는데 다시금 낮이 닥쳐오는 것을 기분 좋게 받..
밤, 글 - 누구나 밤이 깊으면 조금씩 감상적으로 변한다. 그래서 그게 나쁜 건 아닌데 그 상황에서 글을 남기는 건 명백히 부끄러운 일이다. 말실수를 하거나 노래를 고래고래 지르는 버릇이 있다면 차라리 기록으로 남아서 오늘날까지 이렇게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지는 않을텐데. 그래서 그때의 나보다 블로그 쓰는 버릇이 조금은 덜 부끄러워졌냐, 하면 어찌됐든 그건 또 아닐 것이다. 한때를 풍미하고 지나간 감정들이 먼 훗날까지 진지하게 느껴지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오늘날 나를 정말 고민하게 하는 건 그 시절의 기록들이 감정적으로는 부끄러웠을망정 표현상으로는 조금 더 풍성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대충 살펴보건데 적어도 2007년까지의 나는 시나 (음정없는) 노래가사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예민했던 것 같다..
주절주절 - 어머니께서 핸드폰을 바꾸긴 바꿔야 하겠다는데, 내 입장에선 도무지 "어째서" 바꿔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랬다. 더구나 요즘같은 스마트폰 시대에 피쳐폰 쓸거면 뭣하러 이것저것 비교하고 골라야 하는 건지 귀찮기도 하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요즘 나도 이 블로그 스킨을 바꾸긴 바꿔야 하겠는데 도대체 뭘로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건지 귀찮아서 손을 못대고 있다. 어차피 설치형 블로그 이제 누가 쓰나 싶어서, 뭣하러 이것저것 비교하고 고르거나 만들어야 하는 건지 귀찮기도 하고... 내가 신경쓰긴 싫고 누가 좀 산뜻한 걸로 바꿔줬음 좋겠는데... - 지난 몇달간 코스피지수가 고공행진을 달린다는 뉴스를 귓잔등으로만 듣고 있었는데, 한달째 묵혀뒀던 펀드 잔고현황 메일을 열어봤다가 깜짝놀랐다. 이제껏, 난 그저 두..
단신들 - 이래저래 모임이 잦다. 피곤하고 질릴만도 한데, 그나마 다들 한번씩 퍽퍽한 삶에 데이고 있는 타이밍이라서 그런지 맨날 보는 얼굴 또 봐서 했던 얘기 또 하는 무용한 짓들을 퍽이나 즐겁게 즐겨주고 있다. 뭔가 감정협동조합이랄까. (아니면 나만 그런가) 어쨌든 좋은 에너지들이 유통되는 느낌. 고마운 일이다. - 사람을 좋아하지만 살갑게 굴진 못하고, 재밌는 상황을 좋아하지만 농담에는 능하지 못하며, 따뜻한 말들을 좋아하지만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나는 여길 가나 저길 가나, 바닥을 보여주는 순간 그저 실없는 인간밖에는 되질 않는다. 대학 초년생 무렵에 들었던 '자기관리' 에 대한 충고를 되새기며 오늘날 내가 연기하고 있는 어떤 캐릭터 혹은 페르소나를 되짚어보니, 지나간 흑역사들의 향연에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
견딜 수 없이 1.노상 견딜 수 없는 짜증이 솟구쳐 오른다. 숨을 쉬고 걸음을 내딛는 매 순간 순간이 어쩜 이리도 팍팍하고 비현실적인지 진정 놀랍기만 하다. 정말 그 많은 세월이 지났는데도 왜 아직 내가 여기 이땅에서 똑같이 숨을 쉬고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를 살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게 아마도 슬슬 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아 한세월을 겹겹이 싸고 있던 포장이 훌렁 벗겨버렸다는 느낌을 받게 된 탓일 것이다. 떠나야 한다. 그런데 떠날 수가 없다. 되새겨보면 대학을 졸업하기 직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그때는 심심할때 불러볼 동네 친구라도 있었다. 자꾸 비슷한 말을 되풀이하는 것 같긴 하지만;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자. 그깟 3개월 더 있어봐야 내가 국가를 위해 뭐 엄청난 일을 해 놓겠니..
돌아가기 이제는 슬슬 돌아가야 할 시기3년 전 나는 다만 어디론가 먼 여행을 떠나는 것 뿐이라고 날 위로했고이 모든 고행이 끝났을 때 다시금 나를 반겨줄 이들이 있을 거라 여겼지만어쩌면 그렇게도 순진한 착각이었는지저마다의 궤도를 찾아 떠난 이들의 사정이 알음알음 참으로 아름다워서정말 몸서리쳐지도록 외롭다. 내일과 모레를 함께 의논할 친한 친구는퍽이나 오래 전부터 내가 바라마지 않던 인간상이었는데도어쩌면 인연이란 내 의지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배반하는지,그나마 있던 이들도 멀리 머얼리 머어어얼리 멀어지고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곤 있지만이 모든 건 도대체 얼마나 공허한 눈짓이던지사람으로 도대체 뭘 어떻게 위로할 수 있다는 건지그들이 나의 행복을 바라고 내가 그들의 행복을 바란다는 소..
보고싶어 - 그 언젠가는 사람을 순수히 보고싶다는 마음만으로 우두커니 기다렸을 시절도 내게 있었건마는, 참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더냐. 내가 보고싶은 게 어디 소 닭보듯 무심하게 스쳐가는 누군가의 겉모습이던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물리적인 거리 극복의 차원을 넘어서서 마음과 마음의 맞닿음이 있어야 성사되기 마련이고, 늘 익숙해진 손짓과 앙금같은 미소만 휘적대는 회합을 백만번 가져봐야 언제나 그렇듯 흡사한 허탈함만 커져갈 뿐이다. 머릿속으로 담았던 말들과 입밖으로 꺼내는 말 사이의 무수한 괴리가 세월이 갈수록 점점 커져만 가고,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끝끝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와중에 설날은 닥치고 나는 또 돌이킬 수 없이 한살을 먹어버린다. 건강하고..
으악 글이 미치도록 안써져서 소설을 여덟장쯤 썼다가 다 지워버렸다. 한번 우르르 써놓은 문장과 문단들이 퍽 단단한 건축물이나 벽돌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구름성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어느 쪽이건 이 모든 문장들을 지금 바로 고쳐버리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고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으악, 나는 글이 무섭다. 고민없이 쓰고 고친 단어 몇 개가 이토록이나 명백하고 번복할 수 없는 선언이 되어버린다니. 그렇다고 이걸 다 고민해서 쓰란 말이냐. 아니 다들 그러고 있는 겁니까 진짜? "그녀는 차가운 눈길로 내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이딴 시쳇문장에 도무지 무슨 고민을 담으라는 거야? 책을 너무 많이 읽으니까 잡생각에 정신이 혼미해서 오히려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