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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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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기억 장교로 군대를 오게 되어서 가장 피곤한 점이 있다면 높으신 양반들이 자꾸 모르는 일을 시킨다는 점이다. (예컨대 다음주에 안전검열이 시작되니까 준비해라, 라던가...) 높으신 분들이 꿈속의 꿈에서도 해 본 적 없는 일을 갑자기 휙 내던지고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사라지고 나면, 그 빈틈은 결국 나 스스로 이런저런 자료를 뒤적거리거나 여기저기 알만한 사람들에게 질문공세를 펼쳐서 (그나마 이런 식으로 얻어내는 대답이 만족스러운 경우도 드물다) 채워놔야 한다. MCRC에서야 장교가 장교 취급을 받질 못하고 일종의 사수가 항상 붙어다니기 마련이니 이런 스트레스가 그나마 덜했지만, 비빌 언덕 하나 제대로 없는 이런 조그마한 부내에서는 이런 식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하지 않다. 뭐, 몇달간의..
불안 보통 이것저것 할 게 없어서 최후의 보루로 게임을 부여잡게 되면 석달 정도는 타임리프를 경험하기 마련인데 (캐릭 하나가 만렙을 찍었을 뿐인데 겨울이 왔다, 라던가...) 어쩐지 이젠 그런 주기도 훨씬 짧아지는 느낌. 한 삼 주쯤 매달린 거 같은데 확 질려버려서 못하겠다. 거의 일 년 이상을 기다린 폴아웃3 한글패치작업도 이제 끝난 모양인데 깔아놓고 보니 그것도 하기 싫고... 쩝. 태백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서점인 "이마트" (...) 에서 주워온 정이현씨 단편집도 그럭저럭 다 읽어가는데, 어쩐지 이분도 그간 본색을 모르고 지나쳐 왔다는 느낌. 지난 주말에는 영풍문고에서 진중권씨 책도 사왔지만 이 분 글은 인터넷에서 보던가 강연을 듣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실 요 느낌은 김..
문제점 좋아하는 것에는 한번에 푹 빠져버리는, 상당히 흔한 성격이다. 허나 그런 성격으로 반의 반세기를 살아왔지만 여지껏 이뤄놓은 건 없다. 이건 진짜 연구대상이다. 도대체 문제가 뭘까? 내가 잘 빠져드는 관심사를 나열하자면, 음악, 영화, 사진, 글쓰기, 책읽기, 여행, 웹디자인, 게임, 커뮤니티 활동, 각종 사회적 이슈 등등. 허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악기를 특별히 잘 다룰 줄 알거나 남들이 안듣는 음악들에 열광하는 수준도 못되고,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흔히 보기 힘든 영화들을 찾아보고 시네마테크나 모모하우스 따위에 찾아가서 시간을 죽이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지도 못하고, 사진을 좋아한다고 해서 DSLR이나 하다못해 하이엔드 디카라도 들고 시시때때로 출사를 나가서 이런저런 풍경을 찍는 취미가 있는 것도 ..
세상들 조금 전에는 담배를 태우러 숙소 바깥으로 나갔는데 박쥐 한마리가 가로등 밑을 저공비행해서 달려왔다 음, 흔히 말하는 그 박쥐 맞다. 배트맨~ 할때 그 박쥐... 얼마 전에는 한톤 반짜리 트럭을 타고 레인지로 들어갔는데 코앞 수풀에서 산돼지가 튀어나와서 반대편으로 휙 달려갔다. 그것도 흔히 말하는 그 산돼지 맞다. 맷돼지라고도 하는 그거... 부대로 오는 길목에서는 겅중겅중 뛰어나오는 고라니를 종종 만날 수 있다. 불빛을 보면 달려드는 습성 때문에 적잖은 운전자가 치어 봤다는데 그 느낌이 꼭 사람을 치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퍽이나 나쁘다더라. 출근하기 전 숙소 뒤쪽에서 담배를 피다보면 다람쥐가 나타날 때가 있다 동물이란 것들이 흔히 그렇듯 내가 쳐다보면 한참동안 같이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으로 저기 저러..
스무살 이 나라의 20대 남성들이란 가끔 참 얼마나 바보같은 짓들을 하는지 근거없는 자신감을 토대로 어처구니없는 일을 행할 수 있는 만용 같은 걸 모두 가지고 있거나, 혹은 가져야만 한다는 압박이라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특히 애정문제로 접어들면 이 점은 보다 확실해진다 "세상에는 n개의 연애가 있어" 라고 나한테 말해준 사람이 누구였더라. 그러고보면 참 정말 지혜로운 말은 뜬금없이 각인될 때가 많다. 아무튼 사생활은 사생활일 뿐, 그런저런 비밀의 벽들 앞에서 당혹스러워 할 때도 있었지만 원래 AT필드는 N2폭뢰 정도는 되어야 중화라도 시키는 법이니까
그랜드민트페스티벌 3차 라인업 이한철씨가 또 오시네... 찾아보니 불독맨션 재결성이라고. 그럼 연주는 쫌 나아지려나; 마이앤트메리, 세렝게티, 이자람밴드, 슈퍼키드 등등 나름 깨알같은 알짜밴드들이 늘어난 3차 라인업 허나 문제는 이 할일없는 동네에 일년에 한번 바쁜 일이 딱 저 무렵에 걸치는 바람에 못갈 수도 있다는 것... ㅠㅠ 4차 라인업을 보고 거취에 생명을 걸지 어쩔지 결정을
가사들 8월의 끝물, 부대로 운전하며 귀에 박히던 가사들 Summer has come and past The innocent can never last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그리고 내일은 출근해야 하고 주변의 이웃들은 자야 할 시간 벽을 쳤다간 아플테고 갑자기 떠나버릴 자신도 없어 그러고 보면 정말 어!? 하다가 가버린 이천구년 팔월 (혹은 이천구년 여름) 뭔가 슬프당
가을 난 나를 지켰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 . . 사랑했었나요 살아있나요 잊어버릴까 얼마만에 잘 몰랐던 문장들의 의미가 뼈저리게 다가오는 계절 참고로 이곳은 아침저녁으로 긴팔을 입어야 될 만한 날씨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