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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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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친구를 기다리며 동네 골목에 담배 뻑뻑 피며 서 있었는데 어디선가 형인 듯한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꼬마아이가 날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어? 멋있는 아저씨다!" ...멋있는 에 기분이 좋았다가 아저씨 에 살짝 나빠졌다고나 할까. (아, 아무튼 요점은 즐거운 추석이라는 것?)
바운더리 boundary 고작 6개월 정도일 뿐인데, 생각해 보면 우스운 바운더리. 경계를 넘어 옛 기억으로 질주할 때마다 아찔한 현기증 같은 걸 느끼곤 한다. 내 인생이 100이라면 이 좁고 복잡한 골목에서 보낸 세월은 어쩌면 0.1 도 채 되지 않을 테지만, 나는 아직도 새벽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사계절의 기억을 고루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식객에 소개됐다던 멸치국수 전문점을 스쳐 부산집으로 향하는 짧은 거리에서 어느 1월,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컵라면을 사러 가장 가까운 슈퍼를 찾아 헤매던 새벽의 차가운 공기와 얼어붙어버린 발끝의 감각을 떠올렸다. 지난 세월을 오롯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렇게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 준 시간과 모든 람들에게 무한히 감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또 그렇게 좋았던 기억으로 지금..
끝. 하나가 끝나면 다른 하나가 시작되는 법. 아무튼 진주-Life 는 이번주로 끝. 블로그도 조만간 잘 돌아갈 겁니다. 이 소식이 희소식일 분들이 있으려나?
국방부 "불온서적" 관련. [현장칼럼] 진중문고의 재인식 http://media.daum.net/cplist/view.html?cateid=1009&cpid=19&newsid=20080807142916968&cp=ned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은 사실 어느 쪽에서나 받을 수 있는데, 이른바 "불온서적" 해프닝을 보면서 받은 느낌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군대에 아무 책이나 들어갈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아니었나?; "불온서적" 같이 최류탄 냄새 풀풀 나는 이름이 아니어서 그렇지 해마다 부대 내 금서 리스트 업데이트는 꾸준히 이루어지던 바였다. 그런 점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진작 했어야지, 이제 와서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 는 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건 요점과 시기를 좀 많이 놓친 트집잡기일 수밖에. 내 짧은 감상..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는 것 삼일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바빴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급했다. 나는 태생적으로 나를 떠나는 사람을 붙잡는 방법이나 그래야 할 이유 따위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둘 다 알 것 같았다. 그래서 72시간 가까이 손을 마주잡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왜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그 사람은 계속해서 내 손아귀 사이로 흘러나가고 있다. 이상한 예감, 지금이 아니면 절대로 붙잡을 수 없다는 느낌, 혹은 지금처럼 노력해 낼 수 없다는 느낌. 해묵은 경구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온몸과 정신을 괴롭혔다. 낡은 차를 타고 슬슬 눈에 치이는 가을을 향해 질주하면서 나는 쉴 새 없이 떠들었고 그 말들 중 어느 것도 의미 있게 만들지 못했다. 다시 집에 도착해 담배를 사러 가면서 나는 무력감에 치를..
안부 어쩐지 한동안 아무 글도 남기지 않은 듯 하야 (게다가 이런식이라면 차후 내가 보고 즐기는 것이 목적인 이 블로그의 취지가 무색하기도 하고) 간단히 주말행적들을 정리해 봅니다. 음. 매주 하나씩의 컨텐츠를 들고 나오는 통에 총 여덟번의 보장된 주말외출은 퍽이나 바쁜 편이에용, 예를 들자면 첫 주는 집안휴양 둘째 주는 피판 셋째 주는 펜타포트 넷째 주는 카라잔 (...) 다섯째 주는 선택받은 이들을 위한 서울 나들이 여섯째 주는 (아마도) 피서여행 일곱째 주는 드디어 귀환하는 이를 위한 서울 나들이 여덟째 주는 본격 자대 배치를 위한 준비. 게다가 도로 와우를 잡게 된 통에 이 짬짬이 남는 시간들을 쓰기가 어렵다죠 (크으)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보통 금요일 저녁 5시에 진주에서 출발, 청주행 6시 1..
태풍님하오시네 태풍 갈매기의 북상을 앞두고 오늘의 강수확률은 80%에 육박하는데다가 쬐금도 아니고 200mm 넘게 쏟아진다고 하는디 정작 어제 뉴스로 거의 물바다에 아비규환이 된 것처럼 보도가 된 청주 한복판에 살고 있는 저는 오후 12시 04분 현재 작열하는 태양에 이맛살을 찌푸린 채 선풍기 "강" 풍에 힘겹게 인공호흡을 하고 이스빈다. 뭥미? 귀영할때 비 쏟아져서 차 막히면 안되는데; (음 그보다 태풍 갈매기를 태풍 "갈비" 로 들었다. 갈비...)
080712, 새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내 예상보다 훨씬 구린 일인 것 같다. (꽤, 꽤, 아주,) 몇 살 더 어렸을 때 잘 하지 못했고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접어놨던 일들을 다시 펼쳐보면 의외로 괜찮게 할 수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이를테면 자전거 타기라던가, 제기차기라던가, 족구라던가, 사과깎기라던가, 바느질이라던가. (그러고보니 죄다 섬세한 신체 skill 쪽에 들어가는 편이다) 반면에 그래도 괜찮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꾸준히 펼쳐 두었던 일들을 다시 돌아보면 의외로 수준 이하의 결과가 나오는 수가 있다. 이를테면 글쓰기라던가, 사람 대하기라던가, 생각하기라던가, 노래부르기라던가. 나이먹는다는 건 트라우마를 쌓았다가 어? 하는 사이에 지워버렸다가 다시 쌓는 작업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